“이창동 ‘버닝’, 10년 동안 본 영화 중 가장 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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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 감독 루카스 돈트(31)는 두번째 장편 연출작 <펄프픽션> (1994)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한다. 펄프픽션>
지금까지 만든 단 두편의 장편 연출작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황금카메라상(<걸> , 2018)과 심사위원대상( <클로즈> , 2022)을 받으며 '혜성 같이 나타난' 스타감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클로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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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 감독 루카스 돈트(31)는 두번째 장편 연출작 <펄프픽션>(1994)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까지 만든 단 두편의 장편 연출작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황금카메라상(<걸>, 2018)과 심사위원대상(<클로즈>, 2022)을 받으며 ‘혜성 같이 나타난’ 스타감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트 감독의 작품세계는 장르적 쾌감으로 가득한 타란티노와 정반대에 놓여있다. 돈트 감독은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고 마는 십대 시절의 혼란과 정체성 문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듯 고통스럽게 꺾어버리는 유년의 마음에 대해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낸다. 다음 달 3일 <클로즈> 국내 개봉을 앞두고 루카스 돈트 감독을 줌으로 만났다.
“종이에 ‘남성성’(masculinity)이라는 단어를 써놓고 이번 작품을 시작했다. <걸>은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두 영화가 짝을 이루는 것 같다.” 그는 만들어진 남성성을 강요하는 사회문화에 대한 질문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보통 소년들의 우정은 뭔가 쿨하고 멋진 척하는 모습들로 그려지지만 열세살의 소년들은 서로 애틋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런데 열일곱, 열여덟살이 되면 진짜 거리감이 생기고 사랑한다는 말 따위는 전혀 쓰지 않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변화를 만드는 사회적 압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는 꼬마 때부터 형제처럼 자란 단짝이다. 하지만 평온하고 다정한 둘의 사이는 중학교에 가면서 놀림감이 된다. 게이냐는 동급생들의 장난어린 핀잔을 들으며 레오는 레미와 멀리하고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가 남자아이들의 무리에 끼고 싶어한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레미는 큰 상처를 입고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다. 돈트 감독은 “또래 집단의 강한 소속감에 묻어가기 위해 솔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경험과 후회를 담았다”고 했다. “남자아이들은 소속감에 대한 열망과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를 밀어내거나 밀려나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남에게 자신도 모르는 상처를 주거나 스스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클로즈>는 레오가 이런 선택들로 인해 맞닥뜨리는 슬픔과 죄책감을 서서히 극복해가는 과정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일부러 연기경력이 없는 두 청소년 배우를 뽑았지만 대사가 많지 않으면서 밀도 있는 감정을 연기로 끌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돈트 감독은 “시나리오는 한번만 읽게 하고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긴 대화를 나누며 두 배우가 스스로 답을 구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박 감독은 출연배우들과 와인을 마시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던데 나는 배우들과 팬케이크를 계속 먹으면서 이야기해 영화를 끝낼 때는 살이 엄청 쪘다”고 웃었다.
한국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돈트 감독은 살짝 흥분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근래 10년 동안 본 영화 중에 가장 감명 깊었다고. 기회가 온다면 한국에서도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한국 콘텐츠는 지금도 훌륭하지만 잠재력도 여전히 풍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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