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잔다” 이불 덮고 눌러 9개월 아이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 징역 19년형

권상은 기자 2023. 4.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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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최고형량”
”아동학대 살해 대신 치사 적용”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하는 천안동(33)씨와 아들 동민군이 엄마의 생일을 맞아 행복한 한때를 보냈던 모습. 동민군은 작년 11월 어린이집을 갔다가 학대로 질식해 숨졌다.

생후 9개월 남자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고 자신의 몸을 엎드려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에게 징역 19년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원장에게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보고 아동학대 살해죄 대신에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했으나, 양형기준에 따른 최고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정재)는 20일 아동학대살해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66)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 120시간의 아동학대치료를 명령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재판부에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숨진 아이는 베트남에서 온 천안동(33)·보티늉(25)씨 부부의 아들 천동민군. 이날 법정은 판결 결과를 듣기 위해 모인 국내 거주 베트남인과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로 만석이었다. 법정에 들어온 사람만 60여 명, 출입문까지 방청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아동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자 한 시간 동안 누르는 등 강한 위력을 행사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사망이라는 결과만 두고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내부가 녹화되는 상황에서 은폐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아동을 재우겠다는 것이지 고의로 살해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사망할 수 있다는 예견가능성은 인정되므로 아동학대 살해가 아닌 아동학대 치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했으나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아동들을 함부로 대했다”며 “부모는 어린이집에 보낸 어린 아들이 5일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신음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법 감정과 종사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고려해 양형 최상한으로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작년 11월 피해아동인 천동민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히고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 쿠션을 올린 뒤 다시 자신이 몸을 엎드려 약 14분간 압박, 천군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천군이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에 앞서 11월 3일부터 10일 사이에도 천군을 엎드려 눕히고 머리까지 이불을 덮거나, 장시간 유아용 식탁의자에 앉혀두는 등 25번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세, 생후 10개월인 다른 아동의 머리를 때리거나 몸을 밀치고, 창고 용도의 작은 방에 장시간 방치하는 등 11회에 걸쳐 학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천군의 부모는 매번 천군의 영정 사진을 안고 방청했다. 이날 판결이 선고되자 어머니 보티늉씨는 천군의 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19년이 대체 뭐냐”며 분한 듯 울음을 터트리는 일반 방청객도 있었다. 울음을 주체하지 못한 보티늉씨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법정 밖을 나갔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 천안동씨는 “백신 접종을 할 때도 늘 의젓하던 아이를 왜 억지로 재우려고 했냐”며 “살인 인정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14분을 누르면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죽을 수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김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어린이집 내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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