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례 없는' 명령 초읽기 "中기술에 투자 마"…韓에도 불똥?

박가영 기자 2023. 4.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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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투자 보고 의무화,
일부 부문은 투자금지…이달 '행정명령' 발표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달 중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전례 없는' 규제를 발표할 전망이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노골화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한 대(對)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을 대상으로 대중 투자규제 행정명령 개요에 관한 브리핑에 들어갔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 행정명령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재무부가 민간 기업의 투자를 정부가 직접 막을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될 행정명령에는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생명공학·청정 에너지 등 5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 부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중국 첨단기술 기업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미국 기업이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행정명령 중 일부 항목은 아직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새로운 투자를 할 때 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규정 외에도 미국 기업이 중국 기술에 투자할 수 없다는 금지 사항이 일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늦추기 위해 주요한 기술 및 제품의 수출은 통제해왔지만, 민간 자본의 투자를 제한한 적은 없다. 이번 행정명령은 사실상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해외 투자를 국가가 차단하는 셈이어서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재계 일각에선 미국이 아닌 제3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막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노하우, 자금, 첨단 반도체·AI 기술이 중국의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로이터=뉴스1

이번 규제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시점에 추진돼 더 눈길을 끈다. 제이 샴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하거나 중국의 성장을 제한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러몬도 장관이 중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미중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양국 경제가 침체 직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하고 무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계를 단절하려는 공격적인 조치는 미중 양국을 경기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그러나 유화적 어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 경제의 주요 부문을 겨냥한 조치를 준비한다. 투자 규제 외에도 틱톡 금지 등을 추진 중이며 대중국 관세 인상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주요 동맹들에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동맹국 및 업계와 협의한 뒤 규정대로 절차를 밟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했는데, 올해 들어 일본과 네덜란드로부터 이에 동참한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다만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국의 전략을 두고 동맹국 사이에 균열이 생길 조짐도 나타난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전날 공개된 가디언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흑백논리를 경계하고 좀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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