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좋은 코큐텐…노태우 앓던 신경 난치병에도 효과 확인

안정준 기자 2023. 4. 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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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감소와 항산화 기능이 있는 '코엔자임큐텐(coenzyme Q10, 이하 코큐텐)'이 신경 난치병인 '다계통위축증(MSA)' 증상 완화 효과도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동안 코큐텐을 합성하는 유전자 기능이 낮아져 다계통위축증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지만, 코큐텐 복용이 다계통위축증 증상을 완화한다는 점이 임상을 통해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 임상에 사용된 코큐텐 복용량은 일일 권장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건강기능식품 용도로 섭취하는 코큐텐의 사용 목적과 달리 치료용을 염두에 둔 임상인 셈이다.

20일 도쿄대와 치바대 등 일본 연구팀이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의 온라인 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신(EClinicalMedicine)'에 최근 발표한 '다계통위축증 환자의 고용량 코큐텐 섭취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코큐텐을 복용한 환자의 운동능력 악화 지표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약 24%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139명의 다계통위축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중 69명에겐 1500mg의 환원형 코큐텐을 매일 복용하게 했고, 나머지 70명은 위약을 복용하도록 해 48주 후 '다계통위축증 평가 척도(UMSARS)'를 비교했다. 높을 수록 증상이 심각한 UMSARS 척도에서 복용군 수치는 5.4였던 반면 위약군은 7.1이었다. 통상 0.05 이하면 통계적 신뢰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p값'(p-value)은 0.023이었다. UMSARS 척도 외에 일상생활 동작과 보행상태를 조사한 다른 보조 척도에서도 다계통위축증 진행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다계통위축증에 코큐텐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다. 큐텐을 합성하는 유전자 기능이 낮아져 다계통위축증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권위 있는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됐고, 환자의 소뇌와 혈액에서도 코큐텐이 부족하다는 점도 발견됐다. 이번 임상 결과를 내놓은 일본 연구팀도 이처럼 코큐텐 섭취가 다계통위축증 진행을 늦출 것이라는 가정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고용량 코큐텐이 다계통위축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증되면 코큐텐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처방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계통위축증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2021년 숨진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앓았던 질병이다. 소뇌 기능 저하와 관련한 증상이 많아 소뇌 위축증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별다른 치료법이 없으며 생존 기간도 발병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국내 환자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다계통위축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951명이었는데 2016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었다.

추후 다계통위축증 치료에 실제로 활용되면 코큐텐은 건강기능식품으로서 기능 외에 의료용 효능까지 얻게 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큐텐의 기능성을 '항산화?높은 혈압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정의한다. 코큐텐은 '세포의 공장'격인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효소다. 고혈압을 앓는 사람에게 결핍 증상이 나타나 코큐텐을 보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성분인 스타틴 계열의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 코큐텐이 줄어들기 때문에 스타틴 계열 의약품 복용시 별도의 코큐텐 보충이 추천되기도 한다.

다만, 이번 일본 연구팀의 임상에 사용된 코큐텐은 건강기능식품용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임상 기간 하루 복용량은 1500mg이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하루 복용량은 90~100 mg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하루 1500mg 복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고용량 코큐텐을 복용하는 환자의 위장 증상에 주의해야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건강기능식품으로 하루 90~100mg 복용할 때도 주의사항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코큐텐 섭취 관련 주의사항으로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항응고제 복용시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추가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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