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나르는 아낙네의 모습 사라져 간다”···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확대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쁜 봄철 농번기에 식사 준비까지 하려면 정말 힘들거든요…. 농토 인근에 마련된 공동 취사장에서 무료로 식사를 한 후 바로 다시 일할 수 있으니 농업인 입장에선 너무 좋죠.”
민간인 출입 통제선 이북에 있는 강원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 근대유산 전시장 앞엔 요즘 점심때 마다 농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철원군과 철원농협이 지난 2일부터 이곳에서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에 맞춰 20일 가량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취사장’에서는 오전 11시부터 낮12시 30분까지 농업인들에게 밥과 국, 5~6개 정도의 반찬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농업인은 하루 평균 400~500명에 달한다.
6만6000㎡ 규모의 논농사를 짓는 최춘석 철원읍 대마1리 이장(54)은 “보통 못자리를 설치하는 시기엔 15명 안팎의 품앗이 인력이 함께 일하는데 공동취사장을 이용할 경우 별도로 점심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여성 농업인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찬이 깔끔하고 맛도 좋아 한식 뷔페를 이용하는 느낌이 든다”고 귀띔했다.
철원군과 철원농협이 공동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인 2000년부터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여성 농업인의 취사 활동으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경영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6000만원 안팎의 공동취사장 운영 경비는 철원군과 철원농협이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박성준 철원군 농산양정팀 주무관은 “매년 봄철 농번기에 운영되는 공동취사장의 식수 인원이 1만65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군의 사례가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4~5년 전부터는 다른 농촌 지역 자치단체들도 ‘마을 공동급식’ 지원사업을 잇달아 도입하거 있다. 이로인해 들녘으로 점심이나 새참을 나르는 아낙네의 모습은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정선군은 2019년부터 조리원 인건비와 부식비 일부를 연간 50일 범위에서 지원하는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2억3500만원을 들여 42개 마을의 공동급식을 지원한다. 마을별 지원 금액은 559만5000원이다.
정선군은 보건소와 협력해 식중독 예방과 식자재 보관 방법은 물론 위생 관리에 대한 교육도 지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농번기에 추진하는 공동급식 사업은 농업 생산성 향상과 마을공동체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욱 많은 예산을 확보해 희망하는 모든 마을에서 공동급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을 공동급식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전남 무안·곡성·보성군과 경남 진주시, 하동군 등에서도 이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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