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직장, 보람 느껴요”…휠마스터로 변신한 발달장애인들
장애인 자립과 사회적응 교육 연결
장애인의 날인 20일 발달장애인 양호진씨(24)는 경기 용인시 처인장애인복지관 4층에 있는 20여㎡ 남짓한 작업장에 가지런히 있는 휠체어 가운데 1개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세척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나사를 풀어 분해한 휠체어를 소독하고 바퀴 사이에 낀 먼지와 녹도 일일이 제거한 후 다시 나사를 조이고 조립하는 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양씨는 다시 휠체어 세척 작업을 반복했다. 그는 “제품마다 종류가 다르고 크기도 제각각인 나사를 풀기 어려운 데다 분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품에 고장이 나기 때문에 세심한 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씨는 휠체어를 전문적으로 세척·소독하고 정비하는 ‘휠마스터’(보조기기 관리사)다. 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한 제1기 휠마스터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지난달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하루 4시간 근무(30분 휴식)하고 있다. 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매달 월급도 받는다.
휠마스터는 발달장애인의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과와 제빵, 포장, 환경미화 등 그간 발달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었던 단순 작업보다는 난이도가 높다. 복지관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회 적응 교육도 이어진다.
양씨는 “휠마스터는 생애 첫 직업”이라며 “장애인복지관에서 도움을 줘서 직업 교육을 받고 취업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일을 하면서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신체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처인장애인복지관에는 양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휠마스터가 2명이 있다. 두 사람은 용인지역에서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수동 휠체어들를 세척하고 수리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운영비는 용인시가 전액 지원한다.
휠체어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처인구 유림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비치된 휠체어를 휠마스터가 정기적으로 관리해준다”며 “주민들이 휠체어가 깨끗하고 정비가 잘돼 너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인장애인복지관에는 지난해에만 10명이 휠마스터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올해에도 교육생 10명을 모집해 18회로 구성된 제2기 휠마스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내년부터는 취업 폭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휠체어를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지역 내 병원·학교와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휠체어 정비를 비롯해 일반 가정 출장 서비스까지 범위를 넓혀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힘쓰기로 했다.
이선덕 처인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지만 장애물이 많아 아직까지는 주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자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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