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걱정 없는 하늘서 편히 쉬시길’...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영면
보증금 떼인 뒤 극심한 생활고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 출신
A씨의 마지막 길은 아버지와 여동생, 전사사기 피해자들이 함께 했다.
딸과 영원히 작별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 아버지는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릴 때 넋이 나간 듯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운구 버스에 몸을 실을 때는 다리에 힘이 풀려 지인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언니의 영정을 두 손에 든 여동생은 내내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지난 17일 오전 자택에서 손으로 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 번째로 숨진 전세 사기 피해자다.
A씨는 100억원대 전세사기 범죄를 저지른 일명 ‘건축왕’의 피해자로, 사건 이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 가족 곁을 떠났다.
A씨가 계약한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 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보증금이 9000만원 이어서 이 조차 받지 못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돈을 잃은 A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 5위를 한 육상 유망주였다.
국내·외 대회에서 선전하며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9년 9월 인천 미추홀구에 정착한 뒤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A씨의 발인을 함께한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여러명 나온 뒤에야 정부와 인천시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 또한 피해자인 저희들에게는 실효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암물하고 침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이 경매 중단 지시를 내렸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경매에 들어가는 곳이 생기고 있다”면서 “경매 유예가 아니라 중지가 돼야 하고, 피해자들에게 우선 매수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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