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사태’ 반년 지났는데…與野, 전세사기법 처리는 뒷전
책임공방전만 가열…與 “文정권 책임” vs 野 “범죄 처벌만 집중”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주거 안정·복지는 민생의 핵심이다. 전세사기 범죄는 일벌백계하고 든든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전세사기 피해로 3명의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피해자들이 '사회적 재난'에 시름하며 세상을 떠나는 동안 국회에선 전세사기 피해 대책법 처리를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쟁에 매몰되며 정작 민생에 필요한 법안들은 손도 못 댄 셈이다.
전세사기 대책 법안 18개 상임위도 못 넘어
시사저널이 20일 국회의안시스템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세사기가 이슈로 떠오른 지난해 9월부터 이날까지 국회에 계류된 전세사기 방지법(▲주택임대차보호법 ▲주택도시기금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공인중개사법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 ▲지방세법)들은 총 30건에 달했다. 이중 18건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강서구 빌라왕' 사망으로 전세사기 피해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련 법안들도 우후죽순 발의됐다. 해당 법안들 중 '나쁜 임대인·사업자' 명단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과 임대업자가 세금을 체납할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거부하는 민간임대주택법, 공인중개사의 권한과 의무를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등은 최근 국토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전세사기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법안들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총액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또 정부에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의무적으로 지우는 법안과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등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전세사기의 핵심인 보증금 회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근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통과 전망은 확실치 않다.
"이슈 때 보여주기 식 대응으로 그칠까" 우려도
국회와 정부는 뒤늦게 피해 수습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당정은 이날 국회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대책을 논의 후 발표했다. 당정은 '늑장대응' 지적에 대해 수긍했다. 그러면서 피해 경매 유예 조치 방안과 피해주택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임차인들이 편리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 법률·심리 상담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 늑장대응과 관련해 서로의 책임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강행처리하며 집값과 전셋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지금도 민주당은 공공매입 특별법 등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피해자를 위한 것도 아닌데 무책임한 선동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반면 야당은 전세사기 이슈를 정부 여당이 오랜 기간 방치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정협의회 직후 진행된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고 피해도 신속한 조치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도 "전세사기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7월부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며 "문제는 일벌백계한다, 수사한다는 것만 강조하고 피해지원 대책에는 집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국회의 대처도 보여주기 식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 정부에선 가해자 처벌에만 신경 쓰느라 피해자는 뒷전이었다"며 "이번에도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도 "여야가 정치현안과 정쟁에 신경 써서 (전세사기 피해) 수습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날 전체회의에서 5월까지 대책법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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