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날릴 위기에 도움 요청해도…"피해 입으면 오세요"

방윤영 기자 2023. 4. 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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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는 전세계약 이후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해 집이 공매에 넘어갔다 회복된 적이 있어 보증금을 떼일 거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김씨는 보증금을 날릴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피해를 입으면 다시 오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절차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처럼 보증금을 떼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사실상 피해를 입어야만 자격 조건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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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은 전세사기피해 확인②]정부 지원의 관문 '피해 확인서' 발급, 자격조건 까다로워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사진=뉴스1


#.30대 김모씨는 뉴스를 보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았지만 소득 없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전세피해사실 확인서' 발급 대상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김씨는 오는 12월 전세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있고, 아직 경매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전세피해 확인서 발급 대상은 계약 만료일이 1개월 이상 지났거나 경매가 시작된 경우여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전세계약 이후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해 집이 공매에 넘어갔다 회복된 적이 있어 보증금을 떼일 거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최악의 경우 공매에 넘어간다 해도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못 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가 얽혀 있는 집이어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도 없고, 대출이 연장되지도 않는다. 집주인은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져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김씨는 보증금을 날릴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피해를 입으면 다시 오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절차에 분통을 터뜨렸다. 할 수 있는 건 집주인이 세금을 제때 납부하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는 "보증금 사고가 나 대출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돼야만 피해 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12월이 되면 대출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인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피해 확인서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서류다. 확인서가 발급돼야 무이자·저리 대출, 긴급주거지원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처럼 보증금을 떼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사실상 피해를 입어야만 자격 조건이 되는 셈이다. 피해 확인서 발급 대상자 자체가 한정적이다 보니 피해자 지원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다음달 예정된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 피해 확인서를 받는 데 상담과 서류 구비, 신청 후 심사 등 절차에 2~3주는 소요돼 미리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경매 여부 등 조건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피해 확인서 발급 자체가 문턱이 돼 버리면 그 이후 정책을 이용하는 데 너무 제약이 커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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