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김세일 한투PE 투자본부장 "구조조정 투자 편견 깨야"

2023. 4.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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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구조조정 기업 투자 적기...수익률은 더 높고 안전장치로 리스크도 줄어
영업력 살아있지 살펴봐야...SI와 함께 구조조정 스타트업 투자도 관심
이 기사는 04월 17일 11: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의 힘은 사람에서 나옵니다. 분석하고, 예측하고, 결정합니다. 한국 자본시장도 그렇습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입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코너를 통해 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발자취를 담고자 합니다.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투자로 분류된다. 연기금, 공제회 등 펀드 출자자(LP)들도 구조조정 기업에 돈을 대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김세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본부장은 '편견'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수많은 구조조정 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서 투자처를 찾고,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갖추면 리스크는 낮추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기 최상의 시기라고 말한다.

"영업력이 살아있는 회사가 좋은 투자처"

김 본부장은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투자자가 우위에 설 수 있어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기 적기"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한계에 치달은 구조조정 기업과의 투자 협상에선 투자자 측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부터 자본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힘의 무게는 투자자 쪽으로 더 기울었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가 우위에서 협상을 주도할 땐 메자닌 방식의 투자, 풋옵션 설정 등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가 더 쉽다"며 "이를 통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기업 투자는 수익성 차원에서도 더 좋다. 기업가치가 이미 하늘로 치솟은 성장기업과 비교해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업황의 진폭이 큰 산업은 하강기에 들어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초체력만 닦으면 상승기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구조조정 기업 투자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이유다. 김 본부장이 투자 기업을 물색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부분은 회사의 영업력이 살아있는지다.

김 본부장은 "구조조정 상태가 장기화되다 보면 핵심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고 회사의 영업력이 가장 먼저 약해진다"며 "영업력이 살아있는 회사는 재무구조만 개선하면 금방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투PE가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로 인수에 참여했던 대한조선을 들었다. 대한조선은 2021년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이 7163억원에 달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재무구조는 취약했지만 김 본부장은 대한조선의 영업력과 기술력이 살아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대한조선은 KHI컨소시엄에 인수된 뒤 무상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조선업 업황이 회복되자 영업력을 무기로 2년 치 수주물량을 확보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21년에는 1194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업 구조조정시장 큰 장 선다

과거에는 주로 국책은행 등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던 구조조정 기업 투자가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장점으로 선제적 대응을 꼽았다. 

그는 "기업이 완전히 망가져 회생이나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 전 구조조정펀드 등이 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을 되살리기가 훨씬 더 수월하다"며 "국책은행이 움직이기엔 규모가 작은 기업을 되살리는 역할도 구조조정펀드가 맡는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큰 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 시대엔 한계기업이 어떻게든 연명할 수 있었지만 금리 인상 이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면서 구조조정 기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자동차 부품사. 조선사 등은 전통 제조기업이 구조조정 시장의 주인공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계에 몰린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 구조조정 매물로 나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전통 제조기업과 비교해 유형자산이 적은 스타트업은 구조조정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면서도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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