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적 보복에 대처 시급···韓美日 3각 공급망 다져야"
北·中 위협 맞서 사이버·우주협력 확대
'핵 억지력' 확고한 메시지도 제시해야
인태전략서 韓 글로벌역할 제고도 필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가운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사이버·우주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중국의 경제 보복이 한국이나 일본을 향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한미일 3국이 협력해 핵심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 내 불안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는 확장 억제 실행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경제 분야 등에서 한국에 대한 차별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슈아 피트 신미국안보연구센터(CNAS) 연구원, 실라 스미스 미국 외교협회(CFR)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연구원,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등이 e메일과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韓美 사이버·우주로 협력 확대해야=피트 연구원은 “한미 동맹이 사이버와 우주 분야에서 북한과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분야의 협력이 심화돼야 한다. 정부 차원의 협력이 늘고 있으나 민간 차원에서는 아직 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국제사회의 불법 무기 및 마약 거래, 주체가 불분명한 사이버 공격과 기밀 유출 사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협력과 관련한 별도의 문서를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연구원은 “양국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이버 역량을 구축하고 위협에 대한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서는 핵 억지력을 제고할 분명한 행동과 메시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선명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핵 억지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 개발이 우리 군사 태세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상들이 북한의 침략을 억제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각 공급망 구축 필요=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맞서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조사하고 희토류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등 미중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도 불똥이 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우방국과 협력해 주요 공급망과 관련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 석좌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은 핵심 기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면서 “이 같은 시스템은 한미일 3국이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일 3국도 중국 경제에 중요한 주요 수출품 등의 제한 방안 등을 마련해서 중국의 보복 조치를 미리 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중 경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핵심 공급망을 중국과 분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피트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맞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경제적 강압을 한다면 이는 동맹국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라면서 “그런 보복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으로부터 핵심 공급망을 차단해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태 전략 접점 모색해야=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데 있어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할 기회라는 것이다. 피트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앞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가 상당 부분 겹친다”면서 “양국이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양 정상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직면한 도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간 인식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틀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긴밀한 한미일의 협력 없이는 북한의 위협에 완전히 대응할 수 없다”면서 “경제적으로도 3국만큼 끈끈한 이해관계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한미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 측이 동맹을 보다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트 연구원은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한국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IRA와 같은 돌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등 동맹국을 안심시킬 수 있는 미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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