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내버스 파업이 남긴 것은? "더이상 되풀이 없어야"
"준공영제에도 파업 위기 되풀이"…창원시 "개선책 마련"
창원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 돌입 하루만에 운행 정상화를 결정했다. 조기에 파업 사태가 수습되면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창원시의 대처 능력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창원 시내버스 9사 노사는 19일 오후 3시부터 창원시 주재로 노사 협상에 들어가 큰 틀에서 파업을 철회하기로 하고, 19일 오전부터 중단된 시내버스를 20일 정상 운행했다.
다만, 임금 인상률과 정년 연장 등 구체적인 임단협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노사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추후 임단협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파업이 하루 만에 철회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시민들을 볼모로 한다'는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길 극심한 시민 불편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노사 양측에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노사 대립으로 파업 장기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파업이 철회되면서 다행히 더이상의 시민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파업사태에 대한 창원시의 미흡한 대처능력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부족한 대체수단, 시민 알림 늑장…시내버스 파업 대응 빈축
우선 기존 시내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한 임차버스 등 대체 수단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는 19일 전체 시내버스의 93.4% 수준인 724대가 파업으로 멈춰서자, 전세버스 142대, 공용버스 10대 총 152대를 57개 노선에 운행하고, 임차택시 800대는 41개 노선에 대체 투입해 운행하는 비상수송 대책을 가동했다.
하지만, 임차버스는 기존 운행률 대비 21% 수준에 불과하고, 임차택시를 더해도 운행률이 34%에 불과했다. 앞서 2020년 파업 당시엔 시내버스 489대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는 전세버스 150대, 시청 공영버스 11대, 임차 택시 300대 등을 투입해 기존 운행 대비 65% 수준으로 대비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평소보다 적은 임차버스 수로 배차 간격이 길어졌고, 운행시간표대로 운행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창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의소리에도 이날 오전부터 시내버스 파업에 따른 운행 차질로 큰 불편을 겪었다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한 시민은 "전세버스를 투입한다, 요금은 무료다, 이런 걸 써놓지 말고 최소한 버스 배차 간격 시간이라도 올려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출근도 해야되고, 학교도 가야 하는데 종점에서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오는 게 말이 되나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는 "지난주부터 전세버스 계약을 준비하면서 학생들 수학여행과 현장학습과 봄철 관광 수요가 겹쳐 전세버스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미리 예고돼 있던 시내버스 파업 사실을 너무 늦게 알려 시민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창원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11일 파업 투표를 거쳐 오는 19일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었는데도 창원시의 파업 관련 안내는 지난 18일 밤 10시가 다 되서서야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처음으로 이뤄졌다. 19일 오전에 보낸 문자도 파업예고 시간 5시를 넘기고 보내졌다.
실제 이날 버스정류장에는 파업 사실을 모른 채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가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영문도 모르고 버스를 기다리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던 시민들의 불만을 더욱 커질수 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주요 정류장에 안내하는 공무원이 없어 혼란을 겪었던 점과 공단로로 운영되는 버스가 없었던 점, 임차택시 일부가 노선을 가려 승차를 요구했던 점 등의 시민 불편도 지적됐다.
준공영제 도입에도, 노사갈등 되풀이…중재역할 손놨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창원시가 노사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지만, 지하철이 없이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창원시는 시내버스 파업이 그만큼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준비끝에 지난 2021년 9월부터 개별노선제, 표준운송원가와 통합산정제 도입을 통한 재정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들어갔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을 지자체가 일부 맡아 노선 설정 등에 개입하는 대신 적자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도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노사갈등은 여전했다. 지난해에도 시내버스 노사는 임단협이 막판까지 가서야간 데 이어, 올해는 결국 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20년 사흘간의 시내버스 파업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했던 사실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시는 준공영제를 통해 지난 2021년 634억, 지난해 877억원의 혈세를 버스업체에 지원했다. 이 때문에 시가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하고도, 노사에 끌려다니면서 중재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의 이견 차에다 파업 예고까지 있었지만, 노사협상이 결국 막판에 타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적극적 개입과 중재에 손을 놓으면서 시민 불편만 야기된 셈이라는 것이다.
시는 "이번 파업은 전적으로 노사갈등에 의한 것"이며, "재정 지원은 하지만 직접적인 협상 대상자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준공영제의 핵심이 공공성 확보라는 점에서 보면, 적어도 해마다 노사갈등과 파업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을 정도의 개입은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의소리에도 "창원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됐음에도 해마다 노사협상 시 파업 전 해결, 파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더 이상은 시민을 볼모로 한 파업 위협은 안 된다"라는 성토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는 여건에 맞는 개선책이나 협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룡 창원시 교통건설국장은 "다른 지역의 준공영제 사례를 참고하면서 창원시 여건에 맞는 개선책이나 협상 방안을 마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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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이상현 기자 hiro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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