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마련, 왜 쉽지 않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이어 인천 미추홀구, 경기 동탄, 부산 서면 등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동안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9월부터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했지만 방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전세사기 형태가 지역마다 다른데다 세입자들이 처한 환경도 달라 단일해법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부동산 시장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내놓은 특단의 대책들이 또다른 특혜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각 대책의 장단점들을 짚어봤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
20일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실질적인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은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세입자가 이 해당 낙찰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최고가 낙찰제도’ 때문이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은 작전세력 간에 저가낙찰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차인은 법적으로 최고가에 낙찰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집의 감정평가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더라도 응찰자 간에 경쟁이 붙어 최고가가 1억3000만원이 됐을 경우 임차인은 1억3000만원을 내야만 해당 집을 사들일 수 있다.
‘대항력’도 문제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인천미추홀구의 경우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해당 빌라에 선순위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에 전입신고를 했다. 이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로 밀렸다. 1순위 채권자라면 전세보증금을 제한 금액만 추가로 마련하면 경매로 넘어간 빌라를 낙찰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채권자라면 낙찰금액 전부를 피해자들이 마련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이 전재산인 임차인들로서는 아무리 정부가 저리로 대출상품을 내놓더라도 추가대출은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뒤 낙찰받은 주택에 임차인들이 계속 살게 해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변형된 ‘공공매입임대’ 형태가 된다.
■공공매입임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해당주택을 매입한 뒤 세입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세입자들은 해당 주택에 거주는 할 수 있지만 보증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이 매입한 자금이 선순위 채권들자(은행 등)들에게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매입임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은 이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미추홀구는 선순위담보를 최대로 땡겨 사기를 범한 경우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매입을 하더라도 그 돈이 피해자들에게 갈 게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선순위채권자들만 좋은 일을 하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할 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선(先)지원 후(後)구상
야당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방안이다. ‘선지원 후구상’이란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을 매입한 기관은 해당 채권을 기초로 주택을 팔거나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해 채권매입비용을 회수한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채권매입기관이 채권을 매입할 때 해당 채권가액 전액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세사기 피해자가 1억원의 전세보증금채권을 갖고 있다면 캠코가 매입하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 즉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1억원이더라도 3000만~5000만원에 자신의 보증금채권을 채권매입기관에 넘겨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채권을 넘기면 피해자들은 더이상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 원 장관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들을 보면 야당의원이 발의한 법안조차도 무조건 100% 반환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캠코가 개인의 채권을 매입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전세사기 방지 특별법’은 채권매입가격을 임대보증금의 50~100%까지 확대하고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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