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스 기사 ‘공짜노동’ 하루 173분, 휴게시간은 18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쿠팡 노동실태 조사결과’
분류작업·프레시백 세척 등 부당노동과 해고 위협
“사회적합의·생물법 위반”…‘퀵플 노조’ 출범 예고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클렌징(부당해고) 당한 택배노동자가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이 하루 170분 이상 분류작업과 프레시백(보랭백) 세척 등의 ‘공짜노동’을 하고 있으며, 식사·휴게시간은 하루 18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클렌징’이라 불리는 상시 해고 압박을 당하는 등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퀵플렉스는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에게 건별 수수료를 주고 배송을 맡기는 쿠팡의 간접고용 형태를 말한다.

20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1~12일까지 1000명의 퀵플렉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진행했으며, 282개의 응답지 중 유효 응답 278개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결과를 보면,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314건의 배달을 하며, 일 9.7시간·주 5.9일을 일해 상시적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도 31.4%나 됐다. 반면, 식사·휴게시간은 하루 평균 18분에 불과했다. 심지어 식사·휴게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42.8%에 달했다.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배달업무 외에 각종 ‘공짜노동’도 수행하고 있었다. ‘통소분’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에 하루 평균 133분, 프레시백 세척·반품에 40분 등 하루 평균 2시간53분을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하는 셈이다. 지난 2021년 마련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사회적 합의)에서는 분류작업을 택배 기사의 업무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쿠팡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클렌징(부당해고) 당한 택배노동자가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0명 중 3명꼴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설혹 가입했다 하더라도 기사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았다. 산재보험은 응답자의 30.2%, 고용보험은 30.9%가 “미가입했다”고 답했고, 가입자 중에도 “비용을 기사가 모두 부담한다”는 응답이 14.4%(산재)와 15.8%(고용)였다. “대리점과 기사가 반반씩 부담한다”는 응답은 48.9%와 47.8%, 대리점이 모두 부담하는 경우는 6.5%와 5.4%에 불과했다. 심지어 아예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11.1%나 됐다. 사회적 합의에서는 산재보험·고용보험료를 택배사가 부담하기로 한 바 있다.

또한 퀵플렉스 기사들 대다수는 부당한 업무와 계약변경을 경험했으며, 고용안정에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1일 다회전 배송(93.9%), 통소분(83.6%), 신선 또는 당일 의무 배송 물량 할당(92.8%), 프레시백 수거 업무(93.9%) 등의 부당한 업무를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인 56.8%는 계약 기간에 배송지역 및 배송단가 변경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42.4%는 ‘클렌징(해고)’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으며, 78%가 ‘클렌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퀵플렉스 노동자는 “휴일근무, 프레시백 회수율, 반품·교환 회수율 등을 기준으로 주당 1회 기사들의 등급을 매겨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클렌징 위협을 수시로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현행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에는 대리점 및 택배 기사에게 배송지역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년 고용과 연장 계약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쿠팡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 택배노조 산하 쿠팡 노동조합 출범을 공식화하고 쿠팡의 부당노동행위를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