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팬들은 왜 아스널 구단주가 부럽나

황민국 기자 2023. 4. 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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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보엘리 첼시 구단주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팬들은 요즈음 실망의 나날을 보낸다. EPL 성적이 11위까지 추락한 것도 불만인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유럽챔피언스리그도 지난 19일 8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2로 완패해 힘없이 탈락했다.

경기가 끝나기 전에 첼시 홈구장인 스탬퍼드브리지를 떠나는 팬들의 입에선 토드 보엘리 구단주를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사실 보엘리 구단주는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연루돼 쫓겨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첼시를 인수한 영웅이었다. 또 인수 직후인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선 EPL 최다인 2억 54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쓰며 전력 보강에도 힘을 기울였으니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보엘리 구단주의 거듭된 기행이 모든 것을 망쳤다. 토마스 투헬 감독을 자른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빅클럽 경험이 없는 그레이엄 포터에게 지휘봉을 맡긴 결과는 대실패. 결국 성적 부진으로 4월 포터를 경질한 뒤에는 추억으로만 남겨놔야 했던 프랑크 람파드를 다시 임시 사령탑으로 앉혔다. 람파드는 첼시 118년 역사에서 최초의 부임 4연패라는 참담한 기록만 안겼다.

그 사이 라커룸을 들락날락하는 구단주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웃음거리가 됐을 따름이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현 FIFA 글로벌 디렉터)은 “차기 감독은 구단주의 간섭을 막을 조항을 보장받으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스탠리컵 우승컵을 들고 있는 스탠 크랑키 콜로라도 애벌랜치 구단주. 크랑키는 아스널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첼시 팬들을 더욱 속상하게 만드는 것은 벵거가 과거 지도자로 전성기를 보냈던 아스널의 부활이다. 못난 이웃으로 전락했던 아스널이 2022~2023시즌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스널은 1경기를 덜 치른 2위 맨체스터 시티에 승점 4점차로 앞서고 있다. 다소 불안한 선두지만 2003~2004시즌 이후 19년 만의 우승도 꿈은 아니다.

첼시 구단주와는 정반대 행보를 걸은 스탠 크랑키 아스널 구단주의 인내심과 승부사 기질이 돋보인다. 크랑키는 경질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아스널에서 감독직을 처음 시작한 아르테타 감독의 경우 부임 두 번째 시즌인 2020~2021시즌 초반 14경기에서 4승2무8패(승점 14점)로 부진했는데도 경질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크랑키의 아들인 조시가 아르테타에게 신뢰를 표명하는 장면은 한 다큐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물론, 크랑키 구단주도 팬들에게 인기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보엘리처럼 화끈하게 지갑을 열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창립자인 다니엘 에크가 아스널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팬들이 들썩이는 흐름도 있었다. 그러나 크랑키는 우승 도전의 적기라 여겼던 지난해 여름 돈을 썼다. 가브리엘 제주스와 올레산드르 진첸코, 파비우 비에이라 등을 데려오면서 마지막 과실 수확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크랑키의 이런 승부사적인 기질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미국 스포츠 재벌로 통하는 그는 4대 스포츠 가운데 미국프로야구(MBL)를 뺀 나머지 종목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가 수퍼볼 정상에 올랐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콜로라도 애벌랜치는 스탠리컵을 우승했다. 아스널까지 EPL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다시 한 번 구단주 덕을 노래하는 팬들이 늘어날지 모른다. 물론, 첼시 팬들에게는 속쓰린 현실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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