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트랙맨 레이더도 놀란 ‘김서현 160.1㎞’ 강속구… 야생마 직구가 데뷔했다

김태우 기자 2023. 4. 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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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군 데뷔전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화 김서현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는 경기 막판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끝에 한화가 7-6, 진땀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날 경기의 최대 화두는 승리투수도 아니고, 결승타를 친 선수도 아니었다.

7회 마운드에 올라 1군 데뷔전을 치른 2023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 김서현(19)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주인공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강속구를 던지며 큰 화제를 모은 김서현은 개막을 2군에서 시작했으나 좋은 실적과 함께 이날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5-5로 맞선 7회, 드디어 1군 데뷔전을 가졌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그 순간이었다.

당초 2-5로 뒤진 상황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원래 앞서고 있거나 동점 상황에서 나설 계획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화가 6회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고, 김서현은 경기의 클라이막스 도입부에 첫 번째로 나서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강렬한 1이닝을 만들며 왜 자신이 전체 1순위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이날 김서현은 선두 로하스를 유격수 땅볼로 정리한 것에 이어 베테랑 타자인 허경민을 삼진으로 처리했고, 마지막 타자인 이유찬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숨 막히는 투구가 끝난 뒤 전광판에 구속이 찍힐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다. 시속 150㎞대 중‧후반의 패스트볼이 거침없이 찍히고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김서현의 최고 구속은 이유찬에게 던진 2구째로 무려 160.1㎞가 나왔다. 패스트볼 평균은 157.5㎞로 단연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역동적인 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패스트볼은 일품이었다. 마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가 대포알을 쏘는 것 같았다. 두산 타자들은 그런 김서현의 기백을 적어도 이날 경기에서는 이기지 못했다.

단순히 공만 빠른 게 아니었다. 이날 김서현의 패스트볼 트래킹 데이터를 살펴보면 왜 이 패스트볼에 매력이 넘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물론 제구와 로케이션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하겠지만, 공의 물리적 요소만 놓고 보면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 충분하다.

김서현은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인 스리쿼터형 유형의 선수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가장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세다. 그래서 구속을 끌어올리기 용이한 투구폼으로 알려져 있다. 김서현은 이날 강속구를 던진 것은 물론, 평균 2300회 이상의 분당 회전수(RPM)를 기록했다. 워낙 빠른 구속이라 이 정도의 RPM으로도 충분히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작대기 직구’는 더더욱 아니었다. 보통 오버핸드는 수직 무브먼트를 만들어내기 유리하고,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는 수평 무브먼트를 만들어내기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김서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

이유찬에게 던진 160.1㎞의 공은 제구가 잘 된 공은 아니었지만, 우타자 몸쪽과 높은 쪽으로 큰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다. 트랙맨이 집계한 이 공의 수평 무브먼트는 무려 50.1㎝였다. 가상의 선을 그릴 때 우타자 몸쪽으로 50㎝가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날 최대 수평 무브먼트는 로하스에게 던진 2구로 50.6㎝였다. 이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는 리그 정상급 사이드암 투수들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수치다.

김서현이 대단한 건 사이드암이나 스리쿼터 투수들이 쉽게 만들지 못하는 수직 무브먼트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찬에게 던진 2구의 수직 무브먼트는 32.4㎝에 이르렀다. 중력의 계산에 따라 원래 떨어져야 할 위치보다 32.4㎝나 높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는 타자에게 떠오르는 느낌을 줄 수 있다. 160.1㎞를 찍은 그 공은, 우타자의 상식보다 훨씬 더 몸쪽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동시에 떠올랐다. 종속은 무려 145.1㎞로 웬만한 투수의 초속과 동일했다. 이유찬이 화들짝 놀란 것은 이유가 있다.

이유찬은 3구째 패스트볼(157.9㎞)을 간신히 걷어냈는데 이 공의 수직 무브먼트는 34.7㎝로 사실상 스리쿼터 선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상단의 폭이었다. 그리고 삼진 콜을 받아낸 4구째 공은 31.4㎝의 수직 무브먼트와 39.9㎝의 수평 무브먼트로 바깥쪽을 파고들었다. 이유찬은 타격 결정에 들어갈 때만 해도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빠질 것이라 예상할 만한 공이었지만, 실제 공은 생각보다 덜 떨어지고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걸쳤다. 우타자 상대로 이 코스의 공을 계속 던질 수 있다면, 김서현은 타자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김서현이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의 제구를 더 일관적으로 가다듬고,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덜한 슬라이더의 움직임을 보완하는 게 필수다. 그러나 이제 막 첫 경기를 치른 선수에게 이렇다 저렇다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 그 자체의 매력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KBO리그에 대단한 야생마 직구가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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