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우연일까 운명일까…맥베스의 대답은?

임석규 2023. 4. 20. 14: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공통점은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적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죠."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오페라 <맥베스> (27~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연출하는 파비오 체레사의 얘기다.

"삶은 우연에 가까울까요, 운명에 가까울까요. '멕베스'는 삶은 운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작품 설명회에서 만난 연출가 체레사는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라 연출가가 어떤 관점을 조명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며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운명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오페라 ‘맥베스’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오페라 <맥베스> 포스터.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13년 만의 신작이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공통점은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적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죠.”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오페라 <맥베스>(27~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연출하는 파비오 체레사의 얘기다. <맥베스>는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13년 만의 새로운 프로덕션. 연출과 지휘는 물론, 의상과 무대, 안무까지 오페라의 본향 이탈리아 사람들이 총출동했다.

<맥베스>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 그리고 운명이 빚어내는 비극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는 3명의 마녀에게서 왕이 될 거란 예언을 듣는다. 폭주하는 욕망에 잔혹한 범죄로 치닫는 맥베스 부부는 소용돌이치는 운명의 회오리에 허우적대다 마침내 씻기지 않는 피 묻은 손을 닦으며 절규한다. 셰익스피어에 심취한 베르디는 <맥베스>를 시작으로 <오텔로>, <팔스타프> 등 셰익스피어 연극을 토대로 3편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모두 베르디의 수작으로 꼽힌다.

“삶은 우연에 가까울까요, 운명에 가까울까요. ‘멕베스’는 삶은 운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작품 설명회에서 만난 연출가 체레사는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라 연출가가 어떤 관점을 조명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며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운명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맥베스는 왕관이 머리 위에 떨어지도록 운명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요. 맥베스 부인은 왕관에 손을 뻗어 운명을 재촉하죠.” 그는 “신화에서 사람의 삶은 가느다란 실로 연결돼 있다고 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운명을 연결하는 붉은 실이 죽음의 순간에 탁 끊어지는 순간을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오페라에서 무대와 의상도 극의 흐름을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극의 전개에 따른 맥베스 부부의 의상 변화가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의 새하얀 의상은 핏자국으로 얼룩지면 붉어지다가 마침내 완전한 빨간빛으로 뒤덮인다. 의상 디자이너 주세페 팔렐라는 “감정의 교류와 혼란을 의상으로 표현한다”며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야욕을 뜻하는 황금색이 점차 짙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대에서 ‘눈 모양의 터널’은 운명을 상징한다. 무대 디자이너 타치아노 산티는 “터널 안으로 우리의 삶은 흘러가고, 죽음을 맞이할 때 눈의 역할을 끝난다는 상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달콤하고 서정적인 아리아들은 아니다. 대신에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어두운 심연, 드라마틱한 운명의 전개를 음악으로 빼어나게 표현했다. 마녀들의 합창은 들을수록 귓전을 맴돈다. “피아니시모로 노래하다 그와 대비되는 폭발적 장면을 연출하고, 화산 같은 극적인 힘으로 노래하다 낮은 소리로 전환하는 새로운 노래 스타일을 만들어냈어요. 합창단도 비음을 많이 쓰고 성악가들에겐 어려운 작품이죠.” 지휘자 이브 아벨은 “베르디는 ‘맥베스’를 자신이 쓴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봤다”며 모든 극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이 부르는 맥베스의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가 백미다. 맥베스의 동료 방코는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이 맡는다.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가 연기하는 맥베스 부인의 ‘몽유병 장면’은 특히 명장면으로 꼽힌다. 막두프 역의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부르는 ‘나의 아들들이여’도 빼어난 아리아다.

국립오페라단의 ‘비바! 베르디’ 시리즈는 <일 트로바토레>(6월22∼25일), <라 트라비아타>(9월21∼24일), <나부코>(11월30∼12월3일)로 이어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국립오페라단의 신작 오페라 <맥베스>는 오페라의 본향 이탈리아 사람들이 제작진으로 총출동했다. 작품 설명회에 참석한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오른쪽 뒤)와 의상디자이너 주세페 팔렐라(가운데), 안무가 마티아 아가티엘로(왼쪽) 국립오페라단 제공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