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 수십억 대 전세 사기 의심 사례 속출…서민 피해 눈덩이

부산CBS 송호재 기자,부산CBS 정혜린 기자 2023. 4.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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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모 오피스텔 입주민 20여 명 경찰에 고소장 제출
"임대인 바뀐 사실 알리지 않고 보증금 가로챘다" 6명 고소
"사상구, 동구에서도 빌라 90여 채 소유한 부부 잠적" 주장도 나와
부산경찰청, 이른바 '부산판 빌라왕' 붙잡았지만 피해 회복 어려워
재발 방지·서민 피해 회복 위한 대책 시급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행진.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대규모 전세 사기 의심 사례가 이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세입자들이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전세 사기는 서민층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입주민 20여 명이 임대인 등에게 전세보증금 18억 원을 떼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기존 임대인 A씨와 건물 실소유주인 B씨, 부동산중개사 등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임대인 A씨는 지난 2020년 7월 B씨와 '부동산 매매에 의한 권리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며 건물에 대한 권리를 B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건물 세입자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도 바꾸지 않았다. 이후 실제 소유주인 B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그 뒤에야 임대인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들은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A씨 등이 계획적으로 보증금을 가로챘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중개사도 해당 오피스텔의 실소유주를 알리지 않은 채 전세 계약을 유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각종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 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수십 세대의 빌라를 소유한 부부가 잠적해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부산진구와 사상구, 동구 등 4개 빌라 세입자 90여 명은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건물을 소유한 C씨 부부가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 부부가 소유한 빌라는 모두 89채로, 피해가 우려되는 전세보증금은 54억 원 규모로 전해졌다. 건물에 40억 원이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라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이처럼 부산에서도 각종 유형의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피해자가 20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이라 피해가 서민층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기 피의자를 붙잡는다 해도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에서 80억 원대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30대 임대인을 붙잡아 검찰로 넘겼다.

잠적했던 임대인은 붙잡혔지만, 무려 11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대부분이 전세보증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세입자들의 대규모 금전적 피해가 예상되자 수사와 함께 피해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특히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다양한 법리 검토를 하는 동시에 사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광범위한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부산시도 지난 3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HUG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해당 센터에서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실 확인서를 발급하고, 법무사에게 직접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세 피해가 확인될 경우 저금리 대출과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인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해자 대다수가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인 만큼 전세자금도 대출을 통해 마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청년들이 빚더미에 앉게 된 상황이라 기존 대출에 대한 대책이 정부와 금융권 협의를 통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저당권이 잡힌 부동산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 경우 과도하게 전세금을 받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전문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을 상대로 중개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도 계약의 위험성을 확실히 파악하고 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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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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