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KH그룹 투자한 메리츠증권, 자금 회수 '골머리'

김미리내 2023. 4.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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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 5개사 '감사의견 거절'에 줄줄이 상폐위기
CB '기한이익상실' 발동, RCPS는 상환 재원 없어
담보 잡힌 풋옵션 일부는 2025년 이후 행사 가능

KH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이들 회사에 자금 대여나 투자 형태로 수천억원을 투입한 메리츠증권이 서둘러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금은 단기간에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채권자가 즉시 원리금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이 계약에 빠져 있는데다 발행회사에 상환전환우선주를 되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풋옵션)도 당장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자가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이 있어 상환시기가 되면 이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상폐 위기에 놓인 KH그룹 계열사 모두 경영 악화로 상환재원이 바닥난 터라 현금 상환도 쉽지 않아 보인다.

IHQ·KH건설·KH필룩스 상환전환우선주 유상증자/그래픽=비즈워치

메리츠증권, KH그룹 상폐사유 발생에 자금회수 나서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H그룹 계열 상장사 5곳(KH전자, KH필룩스, 장원테크, KH건설, IHQ)은 모두 2022년도 사업보고서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가는 지난 5일 이후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며 '동전주'로 전락한 상황에서 현재는 모두 거래 정지 상태다. 

정동회계법인과 태성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감사인은 감사의견 거절 이유로 "관계기업과의 자금거래나 담보제공 등에 대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회사별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결손금 누적액과 당기순손실, 연결회사 담보의 우발부채 등으로 기업이 존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KH그룹이 지난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할(인수자금 7115억원) 당시 담보대출,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32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몇달 뒤 타법인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KH건설, KH필룩스, IHQ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400억원어치도 인수했다. 

자금을 지원한 기업들에 모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자 메리츠증권은 기한이익상실조항(EOD)을 발동하고 담보를 통한 즉각적인 자금 회수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알펜시아리조트 관련 자금 중 1000억원 가량은 회수했다.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환사채 발행시 담보로 잡은 금액이 투자금액의 3배가 넘는 1조원 규모여서 추가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00억 규모 상환전환우선주 단기회수 어려워 

다만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황이 다르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즉시 기한이익상실 발동 조항을 담은 전환사채 계약과 달리 상환전환우선주에는 관련 조항이 빠져 있어 다른 회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장점인 상환권을 통한 현금 회수도 쉽지 않다. 상환권은 채권처럼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KH그룹 계열사는 모두 발행일로부터 1년 뒤인 오는 6월 17일부터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상법(제345조 제1항)상 회사가 상환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은 배당가능이익으로 한정돼 있다. 회사 내 다른 현금이 있더라도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즉시 상환은 불가능하다. 배당가능이익은 주주 몫인 순자산(자본)에서 자본금과 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이다. 이익잉여금에서 이익준비금을 뺀 금액이 대체로 배당가능이익이 된다. 

하지만 KH필룩스, KH건설, IHQ 모두 현재 이익잉여금(결손금)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2022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KH필룩스와 KH건설, IHQ의 결손금은 각각 1236억원, 1006억원, 1541억원에 달한다. 수익을 낸 뒤 일부를 회사 내에 쌓아야 이익잉여금이 생기는데, 수년간 적자만 거듭한 탓이다. 

대신 상환청구시기에 맞춰 투자자가 회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 행사는 가능하다. 메리츠증권은 여기에 발행사의 최대주주에게 풋옵션 책임을 지우고 안전장치로 담보를 더한 '풋백옵션(Put-Back Option)'도 걸었다. 

IHQ·KH건설·KH필룩스 유상증자 풋백옵션 구조/그래픽=비즈워치

KH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보면 'KH전자KH필룩스KH건설KH미디어IHQ'순이다. IHQ가 조달한 100억원에 대해 메리츠증권이 풋옵션을 요청하면 KH건설과 KH필룩스가 가진 자산을 담보로 이를 보증하는 구조다. 또 KH건설이 조달한 100억원은 KH필룩스가, KH필룩스가 조달한 200억원은 최대주주인 KH전자가 보증한다. 

풋옵션 행사는 발행 후 1년이 되는 오는 6월 17일부터 가능하다. 다만 풋옵션을 책임질 기업 모두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담보도 대부분 알펜시아리조트 담보와 겹쳐있다. IHQ는 풋옵션 행사기간이 2025년부터여서 행사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상환전환우선주는 전환사채와 달리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을 넣지 않아 EOD가 발동되지 않았고 아직 투자자금을 회수한 부분도 없다"면서도 "대신 유사한 조항이 있어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자금 회수를 위해 발행사와 관련 사항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 금액인 3200억원의 3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을 담보를 잡았고, 상환전환우선주 역시 상호 풋백옵션에 담보까지 걸어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금 회수 자체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게 메리츠증권의 입장이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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