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온실가스, 2030년 동아시아 테크 기업 최대 수준”

기민도 2023. 4. 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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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그린피스, 동아시아 13개 테크 기업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 발표
삼성전자. 연합뉴스

203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동아시아 테크 기업 중 최대 수준인 3200만톤CO2e(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국외 부문과 달리 국내 부문에서 중·단기 탄소 감축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반영된 결과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동아시아 최대 테크 기업인 삼성전자(반도체 부문), 티에스엠시(TSMC), 에스케이(SK) 하이닉스를 비롯해 1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2030년 전력 소비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보고서 ‘보이지 않는 배출’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 기업들의 생산 수준과 전력 소비량을 토대로 예상되는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사업모델 시나리오 △기후약속 이행 시나리오 △1.5도 목표 달성 시나리오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약속한 탄소 감축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도 2030년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은 8600만톤CO2e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포르투갈의 한해 배출량(5100만톤CO2e)보다 3500만톤CO2e 더 많고, 지구평균 온도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인 3000만톤CO2e보다 2.8배 이상 많은 수치다.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은 2019년 배출량 대비 2030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전 세계 반도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 그린피스 제공.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직접 발생하는 탄소와 기업 활동을 하며 간접적으로 방출되는 탄소의 총배출량은 2019년 5900만톤에서 2021년 7200만톤CO2e로 증가해 2년 만에 22% 증가한 바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제조 산업은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차와 같은 일부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운영 전반에 걸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업체가 없고,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량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공급업체도 없었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한국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제시한 탄소 감축 공약 이행 시나리오에서 한국 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29년에 3500만톤CO2e으로 정점에 도달하지만, 그 이후에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 하이닉스의 ‘2030년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이 한국 감축량에 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공약대로라면 SK 하이닉스는 2030년 온실가스 800만톤CO2e(전 세계), 500만톤CO2e(국내)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 그린피스 제공.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사업모델’ 시나리오에서 3900만톤CO2e, ‘약속 이행’ 시나리오에서 3200만톤CO2e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넷제로(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27년까지 한국 외 모든 시설에서, 2050년까지 한국 내 모든 시설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K 하이닉스나 티에스엠시처럼 국내 반도체 부문 중·단기적 감축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그린피스는 2030년 약속 이행 시나리오에서 국내 부문은 ‘현재 사업모델’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티에스엠시는 2021년(18테라와트시)에 견줘 2030년 전력소비(66테라와트시)가 267% 증가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55테라와트시)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사업모델’ 시나리오에서 티에스엠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삼성전자(3900만톤CO2e) 보다 더 많은 4200만톤CO2e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티에스엠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수준을 2020년 기준인 1000만톤CO2e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면 산업 배출량의 약 50%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삼성전자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책임감을 갖고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중단기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기후 리스크는 점점 커져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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