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선수 앞에 ‘만년 을’이 된 구단들···‘운칠기삼’의 룰을 바꿔라
최근 몇년 사이,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 A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끝내 되출됐다. 그런데 부진 이유가 유별났다. A는 특이 체질로 앞서 뛰던 미국 무대에서는 비타민 삼키듯 약 하나를 복용 중이었다. 미국 무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해당 약물이 KBO리그에서는 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KBO리그의 금지 약물 적용 범위가 다를 것으로는 짐작조차 못 했던 선수나 부상 외의 돌발 변수가 생길 것으로 생각지 못한 구단 모두 당황한 시간이었다. 해당 구단은 KBO리그에서 통용 가능한 대체 약물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결국 선수를 선수답게 살려놓지 못했다.
해당 선수는 거의 풀개런티 계약을 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그러나 구단은 달랐다. 관련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선수의 회복을 기다리느라 허송세월을 하고, 새 외인선수를 다시 찾느라 다시 금고를 열면서 이중 삼중으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3명 보유에 3명 등록, 경기당 2명 출전의 현재 KBO리그 외국인제도는 긁어봐야 답을 알 수 있는 복권처럼 ‘운’에 기대게 되는 측면이 커지고 있다. 구단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의 외국인선수 건강 여부에 따라 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구조다. 올시즌 역시 한화와 SSG, NC, 두산 등이 외국인투수 공백 상태로 시즌을 맞고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올라온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 및 ‘대체 외인제도’ 관련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될 보이는 이유다.
국내 선수들 대부분은 팀내 경쟁으로 한 시즌을 보낸다. 주전급 선수라도 커 올라오는 유망주 또는 그 자리의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와 자리다툼을 해야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프로야구 현 외인제도에서 외국인선수는 구단 구조상 자신을 대체할 카드가 누구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무제한 보유에 1군 등록을 4명으로 제한하는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선수들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일례로 2021시즌 LG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하다 이듬해 야쿠르트에 입단한 앤드류 수아레즈는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1군에서는 6경기에만 등판했다. 15경기에 등판한 2군에서 한 시즌 대부분을 보냈다. 야쿠르트는 수아레즈를 보험용으로 보유하면서 퇴출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KBO리그 제도에서는 1군에서 다른 선수를 쓰는 순간, 수아레즈에게는 약속한 돈을 모두 챙겨주면서 풀어줄 수밖에 없다.
KBO 실행위원회에서는 일정 기간 부상이 있는 외국인선수 자리를 메우는 ‘파트타임형’ 외인제도를 시작으로 논의를 시작하지만 육성형 도입 또는 4명 보유에 3명 등록 등으로 논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새로운 제도 도입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최대 두 번까지 외인선수를 교체하면서 금전적 출혈이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를 거쳐 올시즌 지바 롯데 소속인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 사례가 있다. 메르세데스는 2016년 500만엔(약 4900만원)에 육성선수로 요미우리에서 뛰기 시작해 2018년 대체 선발 자원으로 13경기에 나와 5승 평균자책 2.05를 기록하며 활용도를 높였던 선수. 요미우리로서는 ‘경차’ 비용을 투자해 ‘벤츠’ 한대를 얻은 경우다.
야구 잘하고, 건강하고, 근면·성실까지 한 외국인선수 3명을 매시즌 만날 수 있다면 외인제도를 굳이 손댈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제도에서 외국인선수 앞의 구단은 ‘만년 을’의 존재가 돼 있다. 전환점을 찾으려면 구단 스스로 팀내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 외국인선수 스스로 최소한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논의할 외인제도 속의 핵심이 바로 이곳에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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