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에 눈이 먼 탐욕의 폭주기관차” 與 ‘플랫폼 독과점’ 총공세에 네이버·카카오 초긴장

박수현 기자 2023. 4.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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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피해 증가, 약탈적 인수합병”
여당 ‘플랫폼 때리기’에 규제 입법 ‘속도’
통신 3사보다 ESG 못해… “갈 길 멀다”
숨죽이는 네카오, 연일 ‘상생’ 자료 배포
美 자국 기업 챙기는데… ‘경쟁력 약화’ 우려도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거대 포털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개선과 입법을 추진하겠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이달 들어 여당의 네이버, 카카오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양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전 국민 피해 사례 접수에 들어간 데 이어 포털의 언론 편집권 침해와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를 다루는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당의 움직임으로 플랫폼 규제 입법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일 소상공인과 상생 행보를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 부처에서 요구하는 자료 등을 성실히 작성해 배포하며 바짝 엎드리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얼마 전 ‘이 기업은 국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같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 소속 기업)도 내야하지 않겠느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압력을 받았다”며 “함께 지적받은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자료를 내기 위해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규제에 대한 네이버, 카카오의 우려는 지난달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 공청회를 열었다.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온플법 카드’를 국회가 2021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꺼내든 것이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이달 11일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도 대표 발의했다.

플랫폼 규제 입법은 여당의 적극적인 공세로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인 최승재 의원은 이달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약탈적 포털 기업의 만행과 포털이용자 피해’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약탈적 포털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에 눈이 멀어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탐욕의 폭주기관차가 되고 있다”며 “국민 없이 네이버도, 카카오도 존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6일부터는 ‘포털 만행 및 이용자 피해 접수센터’를 운영 중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지난 1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독과점적 포털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에는 윤두현 의원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포털뉴스와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심사 기준이 주관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평위는 네이버, 카카오의 제안에 따라 언론·학계·소비자단체 15곳이 모여 꾸린 조직으로, 어떤 언론사가 양사에 콘텐츠를 공급할지 등을 심사한다.

2016~2019년 제평위원을 지낸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2020년 11월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각계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는데, 이들은 제평위의 운영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제평위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0번의 심사를 진행했는데 네이버의 통과율은 9.7%, 카카오는 11.3%였다. 검색제휴 신청 매체의 경우 심사위원 1명이 배정받은 언론매체는 네이버는 평균 153.3개, 카카오는 97.2개였다”며 “비상근인 심의위원이 1개월 정도의 짧은 평가 기간에 깊이 있는 평가를 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포털위원회가 ‘독과점적 포털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네이버가 검색광고, 쇼핑 등 산업을 독점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순종 전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네이버 제휴사를 사칭해 소상공인으로부터 검색광고료를 받는 등 사기 피해가 느는 가운데 네이버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네이버가 도입을 준비 중인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를 언급하며 “골목상권과 전통 시장 피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가 출시한 패션 서비스 ‘워너비’가 기존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를 모방한 것이라며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포털의 약탈적 인수합병과 아이디어 약탈이 많다”고도 했다.

네이버, 카카오는 이전부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 외부 공세를 받아왔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경우 수년째 국정감사 단골 주제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일련의 비난을 수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ESG평가원이 이달 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조사 결과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B+ 등급을 받으며 통신 3사보다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불거지는 이슈들에 네이버, 카카오도 어느 수준 반성하는 분위기다”라며 “‘잘하는 부분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잘못하는 부분은 의견을 받아들여 더 분발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이 양사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으로 보지 않는 게 안타깝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 등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에 밀리는 상황인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부 내 플랫폼 규제 기조에 자국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감지되는데, 한국은 역행하고 있다”며 “현재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들은 이미 있는 법안들과 큰 차이가 없어 국회가 어떤 명분을 제시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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