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신의 한 수' HDC신라면세점 어쩌다가

[앵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계속해서 자본금만 까먹던 HDC신라면세점이 결국 인위적 인원 감축에 나섰습니다. 

8년 전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던 HDC신라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하겠습니다. 

류선우 기자, HDC신라면세점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요? 

[기자] 

HDC신라면세점이 계속된 적자 끝에 결국 구조조정에 나섭니다. 

회사가 인력 축소에 대한 필요성을 공론화한 건 지난달부터인데요. 

HDC신라면세점은 지난달 김대중·유찬 공동대표이사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악화된 재무 상황에 대해 전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습니다. 

석 달간 주 4일 또는 주 4.5일 근무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해 인력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앵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죠? 

[기자] 

무급휴가 신청자가 얼마나 되는지 회사가 별도로 공개하진 않았는데요. 

지난 11일엔 임시 노사협의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인위적 인원 감축에 대한 논의를 처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인건비 절감의 필요성 등을 얘기하며 정리해고를 포함한 감원 조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인원을 줄이는 건 확정인데,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해 세부적인 방식과 규모,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노사협의회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구조조정,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고요? 

[기자] 

사실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단 얘기가 이미 지난해부터 거론되었습니다. 

재무 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2020년 영업손실 274억 원으로 적자 전환해 2021년 영업손실 380억 원, 지난해 영업손실 292억 원으로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해 3년 누적 적자만 946억 원입니다. 

자본금은 800억 원인데 계속해서 결손금이 늘면서 지난해 자본총계는 약 123억 원으로, 올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970억 원이 넘는데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110억 원대로 유동성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앵커] 

왜 이렇게 안 좋아졌나요? 

[기자] 

HDC신라면세점뿐 아니라 지난 코로나19 유행 기간 면세점 업계 전반이 아주 힘들었죠. 

신세계도 2021년 강남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었고 롯데도 지난해 코엑스점 문을 닫았습니다.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시내면세점에 진출했던 한화와 두산도 모두 사업 철수를 했고요. 

이런 상황 속 HDC신라면세점이 사업을 접을 거란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더욱이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015년 HDC그룹과 호텔신라가 5대 5로 손잡고 세운 합작사인데요. 

HDC아이파크몰과 매장 임대차계약을 맺고 들어가 있는 구조로,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연 80억 원 수준인 임대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습니다. 

[앵커] 

사실, 8년 전 HDC와 호텔신라의 협력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주목받았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HDC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호텔신라는 독과점 논란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는 점에서 허를 찌른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두 오너의 자존심을 건 승부수였는데 혹시 추가 투자 등 계획은? 

[기자]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려면 HDC나 호텔신라의 추가 수혈이 필수라고 보고 있는데요. 

합작사다 보니 두 회사가 입을 맞춰야 하는 데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까진 두 회사의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유상증자 계획이 없고요.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 뒤에 추가적인 출자 등 계획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HDC신라면세점, 불미스러운 일로 과징금까지 내야 하는 처지예요? 

[기자] 

3년 전 HDC신라는 전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억대 명품 시계를 밀반입시키다 세관에 걸렸습니다. 

이걸로 과징금 4억 원이 부과된 데 대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는데 최근 패소했습니다. 

"개인 일탈 행위"라는 HDC신라면세점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밀수입 범죄가 법인의 업무와 관련 있는지와 무관하게 해당 법인에 물품 반입 등을 정지시키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HDC신라면세점은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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