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한화-HD현대 본격 '힘싸움'…김동관-정기선 '절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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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한화와 대우조선 기업결합은 이제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다만 이후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된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장외전이었던 힘겨루기 양상을 본격전으로 벌리는 모습입니다.
김완진 기자와 알아봅니다.
우선 한화와 대우조선 결합, 이제는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나요?
[기자]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날 전망입니다.
대우조선이 23년 만의 민영화를 눈앞에 둔 겁니다.
어제 공정위가 한화 대우조선 기업결합 안건 심사를 마쳐 전원회의에 올리고, 회사에 심사 보고서도 보냈다고 밝혔는데요.
보통 전원회의 결과 발표 전까지는 올라가는 안건을 밝히지 않는 걸 감안하면, 이번에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셈입니다.
또 보통 회사가 심사 보고서를 받으면 4주 동안 의견 준비를 할 수 있는데도 이번에 8일 만에 전원회의가 열린다는 건, 공정위와 한화가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엔 한화가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군함 제조사에 레이더 등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과, 한화가 다른 군함 제조사와 거래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할 수 없는 조항 등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해외 경쟁당국 승인이 빨랐고, 우리나라만 빼고 모두 난만큼 국내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었잖아요?
[기자]
그랬습니다만, 경쟁사의 거센 반발이 변수였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HJ중공업 노조와 함께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을 하면, 한화그룹이 잠수함과 함정 분야 수직계열화로 '슈퍼 갑'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국내에서 특수선과 잠수함,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대우조선과 HD현대,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뿐이긴 합니다.
한화가 대우조선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방산 부품을 팔거나, 부품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앵커]
여기서부터 한화와 현대중공업 사이에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는데, 정치권에서도 지원사격하는 움직임이 있었죠?
[기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한화 편에 서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13일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차세대 구축함 개발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자료를 불법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였는데요.
현대중공업 노조는 "서 의원이 국회의원 권력을 남용해 공정위에게 한화-대우조선 결합승인 결정을 빨리 내리라고 독촉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어제 감사원에, HD현대가 진행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에서의 적법, 위법성 여부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문제 제기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는데요.
본격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감사 청구까지 했다는 것은 두 기업이 정면 대결을 하겠다는 것인데 본격적인 서로의 다툼을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감사원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은 두 기업 모두에게 큰 손실이 되고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앵커]
보이지 않는 이른바 '장외전'도 있었잖아요?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 시민단체가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빨리 승인해야 한다며 한화 편을 들었고요.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한화-대우조선 인수로 기존 HD현대 특수선 분야 일감이 줄 것이라며 "일자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또, HD현대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공정위에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는 얘기도 나와 발목 잡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요.
조선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시장 참여자 의견수렴 과정에서 질의응답이 오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한화가 공정위를 사실상 공개 저격하는 이례적, 파격적 행보도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업계에서도, 한화가 너무 세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는데요.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화 입장에서 대우조선 인수는 두 번째 도전이기도 하지만, 그룹 미래를 이끌 김동관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거든요.
또 흥미로운 부분은, HD현대 정기선 사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준 회장과 김승연 회장대부터 친해, 어릴 때부터 막역한 사이라는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대놓고 서로를 저격하지 않고 장외전 성격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도 보였는데, 대우조선이 감사원에게 현대중공업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면서, 본격 힘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거든요.
과연 두 친구가 이번 이슈에 대해 개인적으로 소통하고 있을지, 한다면 어떤 얘기가 오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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