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지원 위한 '화해조정' 호응…과제도 산적
[EBS 뉴스12]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가해자 엄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피해학생에게 가장 절실한 건, 진심 어린 사과와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입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황대훈 기자, 이상미 기자가 함께 보도합니다.
[리포트]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교육청에 마련된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징계 수위를 따지게 됩니다.
경남에선 여기에 더해 '관계회복 지원 절차'를 함께 가동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동의하면, 교육청에 소속된 전문 상담가들과 사전 모임을 거친 뒤, 세 차례 만나며 소통의 시간을 갖습니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절차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고흥락 관계회복 지원전문가 / 경상남도창원교육지원청
"학폭위는 학폭위 절차대로 흘러가는 것이고,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관계회복 프로그램대로 진행이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회복 절차의 결과물로 작성된 '약속이행문'입니다.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를 전제로 작성됐는데, 앞으로 학교에서 만나면 서로 어떻게 행동할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인터뷰: 고흥락 관계회복 지원전문가 / 경상남도창원교육지원청
"(피해학생이) 특히 당사자 가해학생 앞에서 자신이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진행자의 도움을 받아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자존감이 회복이 되고 그 아이와의 그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맞춰가는…."
경남교육청은 10명의 관계회복 전문가를 채용하고, 300명의 지원단을 꾸려, 학생들의 관계회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37차례 지원을 통해 4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상담했는데, 이 가운데 86건이 학교장 자체해결로 이어졌습니다.
학폭위에서 이미 처분이 나왔는데도 관계회복 지원을 신청한 경우도 16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민규 장학사 / 경상남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상대편 가해학생이 벌 받는 것으로 회복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 저는 진심으로 사과 받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거든요. 근데 그 진심으로 사과 받는 기회가 현재 학폭 법에서는 없습니다."
학폭위가 끝난 뒤에도 관계회복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피해학생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정작 '화해중재' 절차를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이유가 무엇인지, 이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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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부터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는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키우고, 학교는 관계회복 노력을 통해 교육적인 회복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화해중재' 절차는 여전히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오해로 인해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육청마다 화해 중재를 지원하는 조직도 꾸렸지만, 연간 중재 건수가 10건 이내에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교육청 관계자
"실제로 이 과정을 신청하는 학생이나 보호자들이 사실은 많지는 않아요."
인터뷰: 교육청 관계자
"(학교폭력 사건의) 축소, 은폐다 이런 오해 때문에 단위 학교에서 특히 피해학생 쪽에다가 사과를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 이런 말을 하기도 어려워 하시거든요."
앞으로는 경미한 사안인데도 피해학생 측이 심의를 요청하면, 학교에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권고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는 학교가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한다는 오해 없이, '화해중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2025년까지 모든 교육청에 '학교폭력예방지원 센터'를 만들고,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원단도 꾸릴 예정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전문성을 갖춘, 전담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전남에서는 임기제 공무원을 34명을 뽑아,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한 직후부터 피해학생을 밀착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담 공무원이 피해학생,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면서 '화해중재' 절차를 안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 결과, 심의위원회까지 가지 않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되는 비율은 76%로, 전국 평균보다 10%p 가까이 높습니다.
인터뷰: 김경신 장학사 / 전남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전담 인력이) 시작에서부터 어떻게 학부모를 지원할 것인지, 학생을 보호할 것인지, 가해학생을 교육적으로 조치할 것인지를 최대한 학교 안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화해중재' 절차가 무엇보다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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