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주사 '전략' 중심 임종룡, '영업' 중심 자회사 전략 부재 우려

김상준 기자, 김세관 기자 2023. 4. 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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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전략 담당 부서를 사실상 없앤 건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이라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무리 영업을 강조하더라도 '머리'인 전략·기획 기능이 없는 금융지주 자회사는 파격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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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우리은행이 전략 담당 부서를 사실상 없앤 건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이라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무리 영업을 강조하더라도 '머리'인 전략·기획 기능이 없는 금융지주 자회사는 파격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주 입김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우리은행 경영기획조직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략기획부를 기획조정부로 바꾸고, 규모와 역할을 축소했다.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팀이 사라졌고, 사업 지원 담당 팀만 남았다. 부서 인력은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줄었다.

'전략'은 지주로 일원화하고 신사업도 지주가 총괄한다는 임 회장의 경영 방침과 일맥상통한다. 구체적으로 지주는 전체 그룹과 은행의 경영 전략을 수립·기획하고 신사업 발굴·추진을 전담한다. 은행은 내부 사업을 모니터링·평가하거나 업무분담 등 관리에 집중한다. 또 지주가 설정한 핵심사업·신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겸영·부수업무도 관리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은행과는 다르다. 대부분 은행은 내부에 전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주들이 공통적으로 전략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자회사와의 조율 또한 중요하다"며 "지주가 중장기 또는 연간 경영 계획을 세우면 자회사 전략 부서가 이를 반영해 내부 상황을 반영해 개별 전략을 세우고, 지주는 다시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주가 그룹 전략 기능을 '독점'하면서 자회사에 지주 입김이 강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주의 전략 기능 독점에 가깝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기본은 영업이지만, 전략·기획 역시 핵심 부문"이라며 "자유로운 사업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지주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전략·기획 기능을 효율화·슬림화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 기획조정부는 기존과 같이 전략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큰 전략을 지주가 세우고 자회사는 개별 전략을 짜는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있다"며 "지주의 전략 수립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은 맞지만, 자회사와의 소통·자회사 사이 시너지 창출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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