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가스라이팅'…수천만 원 등친 60대 구속 송치

서귀포경찰서, 강도·절도 혐의로 검찰 송치

치매 노인에게 접근한 뒤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남성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

20일 서귀포경찰서는 치매 노인에게 접근해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절도)로 구속된 추모(63)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4일 법원은 추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추씨는 올해 3월 7일 오후 서귀포시 한 은행에 A(78) 할머니를 데리고 간 뒤 현금 30만 원을 찾게 해 빼앗는 등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4차례에 걸쳐 3839만 원을 빼앗은 혐의다.

아울러 추씨는 이 기간 3차례에 걸쳐 A 할머니의 카드를 이용해 도내 모처에서 의류를 산 혐의도 있다. 추씨가 갈취한 수천만 원은 A 할머니가 수년간 공공근로를 하며 어렵게 모은 돈이다.

경찰이 추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A 할머니의 통장과 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추씨는 지난 2018년 도내 모 한의원을 찾았다가 A 할머니를 알게 됐다. 5급 치매가 있는 A 할머니에게 "돌봐주겠다"며 접근한 뒤 세뇌시키는 등 '가스라이팅' 했다.

특히 추씨는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자신을 요양보호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 할머니의 아들이 지난달 23일 경찰에 '요양보호사로 사칭하는 사람이 인지 능력이 부족한 어머니의 현금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며 수사가 이뤄졌다.

경찰 수사 사실을 알게 된 추씨는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김포공항 경찰대에 긴급 공조 요청을 했고 지난 12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추씨를 곧바로 체포했다.

추씨는 가로챈 돈으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보증금과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추씨는 2016년 11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요양원 병원장을 사칭해 노인 4명에게 접근한 후 현금을 가로채는 등 이번 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징역 1년을 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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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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