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한 알트먼의 견해가 머스크보다 낫다

이균성 논설위원 2023. 4. 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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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AI 불완전판매의 숙명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챗GPT 같은 생성AI 개발에 대한 속도조절론 파장이 미묘하다. 과학기술로 인한 디스토피아 담론이 적잖은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그만큼 챗GPT는 충격적이었다.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 갑자기 노출됐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언제든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 당혹감에 돌을 던진 사람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초기 참여자이기도 한.

속도조절론에 불을 댕긴 곳은 미국 비영리단체인 ‘삶의미래연구소(FLI)’다. 이 연구소가 “모든 AI 연구소에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개서한을 내놓았고,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와 작가 유발 할라리 등 유명인사 상당수가 여기에 서명했다. 서명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스크였다. 그리고 FLI가 머스크가 후원하는 단체라는 것도 알려졌다.

챗GPT 화면

이 사실 만 가지고 머스크가 FLI를 배후에서 이용했다고 단정하는 건 위험할뿐더러 논의에 별 도움도 안 된다. FLI가 인류 미래의 삶을 위해 선의를 가지고 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여러 나라 정치권에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띄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AI가 인간에 의해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문제는 머스크가 다름 아닌 영리 추구 기업가라는 데 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챗GPT를 발표했을 당시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에 미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계속 해왔다. 그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환각현상에서 보듯 챗GPT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허위정보 유포나 사이버공격 등에 악용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앞의 두 가지 이유를 기술적으로 방어한다 해도 AI가 인간 사회에 얼마나 넓고 깊게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식 노동의 재구성’ 문제는 어느 개별 기업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안이다. 챗GPT에 관하여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표현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 영향력이 너무 깊고 넓어 인간이 사전에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표현한 것이다.

알트먼의 고백은 사실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불완전판매’하고 있다는 선언과도 같다. 지금까지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 기업가를 본 적이 없다. 궁금하다. 알트먼은 왜 ‘불완전판매’임을 알면서도 서비스를 출시한 것일까. 시장을 선점하려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보건데 알트먼의 진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만 한다.

첫째 챗GPT에 앞서 다른 곳이 먼저 출시하려는 징후가 있어야 했다. 그 정보를 입수하고 불완전하지만 서둘러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챗GPT 출시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이를 능가할 서비스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둘째 오픈AI가 아니고 다른 곳이 먼저 내놓았다면 완벽한 AI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설을 누구라서 입증할 수 있나.

기업가로서의 머스크를 문제 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자는 서한에 앞장서 서명해놓고 AI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트루스GPT’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실(truth)을 말하는 GPT란다. 챗GPT는 좌파들이 만들어서 거짓을 말한다며 트럼프 같은 정치가들이나 할 만한 소리까지 한 모양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머스크의 한심한 소리를 듣자니 알트먼이 왜 ‘불완전판매’를 하게 됐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게 곧 인공지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은 인간 뇌를 모방한 인지컴퓨팅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 뇌를 한 없이 닮아갈 것이고 인간이 아직 인간 뇌를 정복하지 못하듯 GPT의 한계와 진화의 끝도 거의 알 수 없다. 인공지능의 불완전판매는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셈이다.

그렇게 말하는 게 진실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만은 진실한GPT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의 오만한 소리가 더 진실한 것일까. 인공지능은 전기차가 아니다. 불완전판매가 불가피한 서비스다. 알트먼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그 사실을 고백하고 써가면서 같이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적어도 알트먼의 방향이 낫다고 보는 듯하다.

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인류에게 도움만 되고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완벽한 인공지능 개발 방법론과 제도적 규제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AI 개발과 사용을 유보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은 기술대로 더 진화시켜나가면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발견되는 대로 조치해나갈 것인가.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가끔 전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인류의 선택은 언제나 결국 후자였다. 그 방향이 혁신이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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