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위기의 샌디에이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온다

이창섭 2023. 4. 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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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56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메이저리그를 떠난 시간이다. 1년 넘는 공백을 가진 '탕아' 타티스가 내일 복귀한다. 상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타티스는 데뷔 첫 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2019년 신인왕 3위, 2020년 MVP 4위, 2021년 리그 홈런왕과 MVP 3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타티스의 재능에 고무된 샌디에이고는 2021년 2월 14년 3억4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선물했다. 이제 막 서비스타임 2년을 충족한 선수로서는 전례 없는 계약이었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와 함께 할 장미빛 미래를 상상했다. 타티스가 팀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뿐만 아니라 황금기를 이끌어 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타티스의 이른 성공과 샌디에이고의 성급한 계약은 독이 됐다. 자아도취에 빠진 타티스는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

2021년 12월 타티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왼 손목을 다쳤다. 처음 알려진 부상 정도는 찰과상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직장폐쇄로 인해 구단과 선수간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상태를 알기 힘들었다. 3월 중순 직장폐쇄가 해제되자 타티스의 손목 부상은 골절상으로 드러났다. 결국 타티스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타티스의 이탈로 비상이 걸린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다른 선수들도 힘을 모아 타티스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그 사이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와 조시 벨, 조시 헤이더 등을 데려오면서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 그렇게 타티스만 돌아오면 되는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타티스의 금지 약물 적발이었다. 타티스는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2022시즌을 송두리째 날렸다.

샌디에이고는 빠르게 현실을 직시했다. 이참에 자주 말썽을 일으켰던 왼쪽 어깨 수술을 권유했다. 타티스는 구단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다친 손목도 한 번 더 바로 잡는 수술을 받았다.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지만, 정작 자신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없이 순항했다. 매니 마차도는 "우리는 지금껏 그 없이 잘 싸워왔다"는 메시지로 모두를 독려했다. 선수들은 팀이 타티스 한 명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뉴욕 메츠와 LA 다저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비록 월드시리즈 진출은 좌절됐지만, 샌디에이고의 2022시즌은 더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한 디딤돌처럼 보였다.

타티스를 그리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타티스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가 미우나 고우나 2034년까지 안고 가야 한다. 2025년부터는 연봉도 2000만 달러로 오르기 때문에 활약이 중요하다. 참고로 타티스는 2028년까지 전 구단 트레이브 거부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후 남은 계약 기간 동안에도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13팀을 지정할 수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동료들과 재회한 타티스는 오랜만의 실전 경기를 다소 어색해했다. 하지만 어색함이 오래 가지 않았다. 점차 적응하면서 특유의 경쾌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달라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응원과 야유가 오고 갔다.

타티스는 이번 시즌 첫 20경기를 뛸 수 없었다. 그래서 트리플A 경기에 나섰다. 첫 네 경기 13타수 3안타(0.231)였던 타티스는, 이후 네 경기 20타수 14안타(.700) 6홈런 13타점으로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3홈런 8타점 경기도 선보였다. 포수 브렛 설리반은 "이런 건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설리반은 어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타티스는 트리플A에서 평균 타구 속도가 94.9마일이었다.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도 61.5%에 달했다. 트리플A에서 타티스는 소인국의 걸리버였다. 몸상태를 다 끌어올렸다고 판단한 샌디에이고는 타티스를 메이저리그 선수단과 동행하도록 지시했다.

타티스가 트리플A를 초토화시킨 반면, 샌디에이고는 타선이 급격하게 침체됐다. 4월 10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10대2 승리를 거둔 이후 타자들의 타격감이 동반 하락했다. 성적도 최근 10경기 3승7패에 그치면서 5할 승률이 무너지고 말았다(9승11패). 오늘 가까스로 3연패를 벗어났지만, 타선이 뽑은 점수는 소토의 홈런으로 얻은 한 점이 유일했다. 10경기 중 세 경기가 무득점, 8경기가 3득점 이하, 이 구간 평균 득점은 2.3점에 불과했다.

샌디에이고는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 속에서 타티스가 가세한다. 타티스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적임자다. 호세 아조카와 루그네드 오도어로 돌려막던 우익수 자리의 진짜 주인. 빠른 발로 샌디에이고의 러닝 게임 수준을 높여줄 리드오프이며, 득점권에서도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타자가 바로 타티스다. 젼력만 고려하면 타티스의 합류는 천군만마다.

팀 우익수 wRC+ 순위

177 - 휴스턴

169 - 애틀랜타

144 - 에인절스

37 - 샌디에이고

27 - 애리조나

11 - 캔자스시티

2019-21년 득점권 타율 순위 (200타석)

0.368 -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0.367 - 프레디 프리먼

0.356 - 타이 프랜스

*타티스 득점권 OPS 1.191 2위 (1위 트라웃 1.200)

폭풍 전야는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 분위기가 고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타티스의 복귀를 앞둔 샌디에이고 타선이 딱 그랬다. 마치 타티스를 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의도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만큼 복귀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하다.

타티스가 돌아온다. 화려한 경력에 금지약물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다. 이전처럼 열렬한 응원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지금 샌디에이고에 가장 필요한 선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켜보는 모두를 딜레마에 빠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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