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잠수함 타보니…“소음은 곧 죽음” 용변 본 뒤 물총으로 살살 [단독르포]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4. 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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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해군 인도 3000t급 ‘안무함’
軍, 언론에 내부 최초 공개
바다속 ‘궁극의 국방력’ SLBM
동북아 해양 안보 새 시대 열어
해군의 두번째 3000t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안무함’이 함교에 태극기를 내걸고 해상에서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두번째 3000t급 잠수함 ‘안무함(SS-085)’이 20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해군에 인도됐다. 이에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달 28일 옥포조선소에서 해군의 ‘현존 최강’ 수중전력인 안무함을 직접 살펴봤다. 군 당국이 안무함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맨홀 뚜껑만한 해치를 통해 내려간 잠수함 내부에는 승조원 생활공간과 지휘통제실, 무장실과 각종 기관, 배전설비 등이 빼곡했다. 천장에도 각종 배관과 전선, 비상 호흡관 등이 칡덩굴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함내를 안내해준 정광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시운전부 책임은 “이 배는 물속에서 싸우기 위해 지은 전투함이라 승조원들의 편의보다는 무장과 장비 배치를 우선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가 찾아간 옥포조선소에서는 안무함이 해군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었다. 함내에서는 해군 인원들과 기술진들이 잠수함 각 부분의 성능을 점검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시원보다 좁은 3人선실…근무 자체가 ‘헌신’
침상과 집기가 빼곡하게 들어찬 안무함 사관침실 내부. [사진제공=방위사업청]
고시원 1인실보다 좁아보이는 선실에는 3층 침상과 사물함,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함내의 유일한 독방인 함장실도 개인 화장실을 갖춘 정도만 빼면 비좁고 갑갑해 보이긴 매한가지였다. 선실 가운데 한 곳에는 향후 여성 승조원 승선을 대비해 별도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안무함은 길이 83m, 폭 9m로 해군의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지만, 그만큼 더 많은 최첨단 시스템과 무기·장비가 실린다. ‘최후의 국방력’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품고 세상과 떨어져 바다 속 비좁은 잠수함에서 수십 일을 보내야 하는 승조원들의 수고와 헌신이 묻어나는 내부 구조다. 안무함 내부는 좁은 공간을 나누고 또 나눠서 한 뼘도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었다.

장보고-III 1차사업의 2번함인 안무함은 선도함인 도산안창호함과 더불어 현재 SLBM을 운용할 수 있는 해군의 ‘유이한’ 잠수함이다.

‘은밀한 한 방’ SLBM…전략적 타격력 강화
주변국들이 한국의 3000t급 잠수함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도 SLBM을 품은 잠수함 속 여섯 개의 기둥, 수직발사관의 존재 때문이었다. 한국군이 바다 속에서 SLBM으로 ‘은밀한 강펀치’를 날릴 능력을 갖추면서 동북아시아 해양 안보에도 새로운 지형도가 펼쳐졌다.

장보고-III 2차사업을 통해 건조 중인 3600t급 잠수함은 SLBM을 10기까지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유사시 지상의 적 지휘부·핵심시설에 대한 해군의 전략적 타격능력도 강화되는 셈이다.

안무함에 근무할 장교들이 모여 주요 사항을 논의할 사관실의 모습. [사진제공=방위사업청]
보안상 통제구역인 무장실과 지휘통제실은 안내에 따라 잠수함 내부를 이동하며 어림잡아 가늠하기에도 승조원 생활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잠수함 앞부분에서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무장실은 6개의 수평발사관과 어뢰 등 20여 발을 5분 안에 자동 재장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수평발사관을 통해서는 어뢰뿐만 아니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과 기뢰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가려진 장막 사이로 얼핏 보이는 지휘통제실에서는 최종 시험작업이 한창이었다.

정 책임은 “여기는 (잠수함 안팎에서) 수집된 정보가 모이고 추적과 공격 결심, 사후 분석 등 모든 핵심적 행위들이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지휘통제실에 설치된 다기능 콘솔에서는 무장이나 음향탐지장비(SONAR·소나), 레이더를 운용하거나 함내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현존 디젤잠수함 중 가장 ‘조용한’ 안무함
안무함 내부 통로 모습. 두 사람이 지나가기 벅찰 만큼 좁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안무함 바닥 부분에는 잠수함 추진 동력으로 쓸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지로 가득차 있었다. 안무함을 비롯한 장보고-III급은 뛰어난 배터리 성능과 효율에 힙입어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가장 조용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잠수함 자체의 위력과 생존력은 배가되는 셈이다.

잠수함 내에서 정숙은 곧 최선의 미덕이다. 수중 환경의 특성상 소음은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화장실을 쓴 뒤에도 물 내리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물총으로 용변을 조심조심 흘려보낸다.

안무함은 장보고-III 선도함인 도산안창호함과 마찬가지로 선체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음향무반향코팅재 1만여 장을 붙여 내부 소음을 잡았다. 또 적의 소나에 대한 반향음을 줄여 잠수함의 은밀성을 높였다.

태평양 왕복횡단 가능…국산화율 76% 달해
안무함은 국산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공기불요추진(AIP) 체계를 탑재해 잠항능력을 극대화했다. 한반도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왕복할 수 있는 대양·장기작전 수행능력을 갖췄다. 이 배는 해수 담수화 장비(조수기) 두 대를 돌려 역삼투압 방식으로 하루에 약 3t 정도의 민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안무함은 도산안창호함보다 개선된 자항식·부유식 기만기 발사체계를 갖춘 것도 특징이다. 적 어뢰를 ‘속이는’ 기술이 훨씬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전투·소나 체계 △축전지 △충전발전기 △연료전지체계 △통합통신체계 △수중발사장치 등 주요 장비들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율을 76.2%까지 높였다. 기존 장보고-Ⅱ급 잠수함(38.6%)에 비해 국산화율이 약 두 배나 향상됐다. 안무함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적기에 해군에 인도된 것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청산리대첩 영웅 이름 가진 바다 속 수호자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장보고-Ⅲ 잠수함의 건조 및 시험평가, 시운전 노하우가 쌓여 국내 잠수함 건조 산업의 역량이 한층 더 강화되었음을 보여줬다”며 의미를 뒀다. 이 관계자는 “(안무함이) 군에 실전배치, 운용돼 우수한 성능을 입증함으로써 한국이 국제 방산 시장에서 주요 잠수함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잠수함 이름의 주인인 안무 장군은 대한제국 군인 출신으로 1920년 김좌진 장군과 함께 일제에 맞서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그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을 버리고 가장 먼저 전장으로 달려가 한국 독립투쟁사의 가장 빛나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제, 그의 이름을 받은 잠수함이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바다로 나선다.

경남 거제/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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