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실패 인정하고 속전속결 교체…한화 플랜B는 '26세 좌완' 산체스
[OSEN=이상학 기자] 한화가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33)를 방출한 지 하루 만에 대체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좌완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와 계약을 공식화했다.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젊고 건강하며 성장 가능성 있는 좌완을 픽했다.
한화는 20일 산체스와 연봉 4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4월 시즌 초반이라 대체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플랜B를 준비하고 있던 한화는 스미스 방출을 결정한 뒤 속전속결로 산체스 영입을 완료했다.
한화가 실패를 빠르게 인정했기에 가능한 초고속 교체였다. 구단 입장에선 스미스 영입 실패를 인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시간을 지체했다간 이대로 순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더 컸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스미스에게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했다.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제외하면 보장 금액만 80만 달러로 큰돈을 들인 선수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지난해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까지 부상 이슈가 따라다닌 선수라 리스크가 컸지만 강력한 에이스가 필요했던 한화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안타깝게도 모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스미스가 하필 첫 경기부터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하며 이상을 보였다. 불과 2⅔이닝 60구만 던진 뒤였다.
두 차례 어깨 검진 결과 미세한 근육 손상이 있지만 투구를 하는 데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부상 트라우마가 큰 스미스는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시즌 초반 뒷문 불안으로 역전패, 연장패가 많은 한화는 스미스를 불펜으로 쓰는 방안도 고려했다. 지난해 일본 세이부에서도 스미스는 전반기 선발로 부상을 당한 뒤 후반기 구원으로 좋은 투구를 하며 재계약을 제안받기도 했다.
한화가 스미스 영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미련을 가졌다면 구원으로 활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복귀 일정이 계속 미뤄졌고, 언제 터질지 모를 부상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갈 수 없었다. 문동주나 남지민 등 아직 몸 상태 보호가 필요한 선발 유망주들에게 주기적인 휴식을 주며 관리하기 위해선 외국인 선발투수가 있어야 했다.
스미스가 이상 조짐을 보이자 한화는 즉시 플랜B를 가동했고, 베네수엘란 출신의 26세 젊은 좌완 산체스를 영입했다. 1997년생으로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산체스는 지난 202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시즌 3경기(5⅓이닝)가 메이저리그 성적의 전부로 커리어가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8시즌 통산 140경기 중 133경기를 선발등판한 투수로 이닝 소화력이 있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하면서 2021년 시즌 통째로 아웃됐지만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트리플A 2개 팀을 오가며 21경기 116⅓이닝을 풀타임으로 던졌다. 지난겨울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11경기(49⅓이닝)에 이어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3경기(6⅔이닝)를 던지며 건강한 몸 상태를 증명했다.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79, 올해 5.40으로 썩 좋지 않지만 아직 26세에 불과한 어린 투수이고 발전 가능성도 있다.
한화 구단은 ‘최고 151km, 140km대 후반 직구와 비슷한 구속의 투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산체스가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통해 안정적 이닝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 수속을 마치고 이달 내로 입국해 팀에 합류할 산체스는 늦어도 5월 초에는 데뷔가 가능할 전망. 지난해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의 부상 이후 대체 선수 영입에 두 달가량 시간이 소요돼 시즌이 끝난 아픔이 있는 한화는 두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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