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이코노미스트 "중국 리오프닝·반도체 경기 개선…한국 경제 점차 회복"
"고령화, 재정건전성에 부담…고급이민 인력 인센티브 제공 등 필요"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요틴 진자락(Yothin Jinjarak) 아시아개발은행(ADB) 시니어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세계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한국의 대외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반도체 경기도 바닥을 치고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가 지난해 말, 올해 초 약세에서 조금씩 벗어나 올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긍정적인 효과가 아직 올해 초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ADB는 지난 4일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중국 등이 포함된 아시아 전체 경제는 4.8%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전망 당시 한국을 담당했던 경제학자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도 언급했다. 그는 "높아진 금리, 주택시장 약세 및 약화한 소비심리 등이 국내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선진국들의 성장률 저하 및 세계 반도체 판매의 부진추세 등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재정건전성 유지에 구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근로인력 감소를 완충하기 위한 자동화 추진, 고급이민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고령인력의 근로유지 및 확대 등을 위한 제반 정책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한국의 물가 상승에 끼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저희는 올해 유가 평균 단가를 배럴당 88달러로 예상해 지난해 평균보다 12% 낮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유가는 지난해에 비해 대체적으로 물가상승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단과의 일문일답.
-올해 아시아 경제 성장률 전망인 4.8%보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게 잡은 이유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은 회복세에 있지만, 선진국들의 성장세는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올해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선진국들의 수입이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국가들의 약화한 수요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별 데이터도 이러한 수출약세를 반영하고 있으며 한국의 주된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세계적인 수요침체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5%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나 ▶세계 경제 약화 요인이 현실화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경제 약화 요인으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정되지 않는 경우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이 가속화 내지 지속할 수 있어 경제성장률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은행 부문 불안정 사례에서 보이듯 높아진 금리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악화하는 경우 식품 및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게 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한국 제조업 수출의 증가고, 둘째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다. 중국의 봉쇄 해제 정책이 12월에 시작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아직 올해 초 데이터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강한 추세를 보인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4.5%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2.9%보다 훨씬 높았다. 중국의 3월 소매판매 및 수출 모두 시장 기대치를 초과했다. 부동산 매매도 2021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향후 중국의 강한 소비수요가 한국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동의하나 ▶한국 경제는 지난해 말, 올해 초 약세에서 조금씩 벗어나 올해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4%였고 올해 1분기도 아직 회복이 더딘 상태다. 높아진 금리, 주택시장 약세 및 약화한 소비심리 등이 국내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의 성장률 저하 및 세계 반도체 판매의 부진 추세 등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대외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는데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나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지난해 평균 유가 100달러보다는 많이 낮다. 중국의 수요가 확대하고 세계적인 공급 제약이 지속되면서 올해 유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희는 올해 평균 단가를 배럴당 88달러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평균보다 12% 낮은 수준이다. 유가는 지난해보다는 대체로 물가 상승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미래 위험요인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에 7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 중국에 못지않게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추세가 빠른 국가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재정건전성 유지에 구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근로인력 감소를 완충하기 위한 자동화 추진, 고급이민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고령인력의 근로 유지 및 확대 등을 위한 제반 정책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생산성 증대와 경제성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 ▶한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ADB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투자은행(IB) 쪽이랑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조금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반도체 산업의 비즈니스 사이클을 보면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경제, 특히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이클이 상승세로 다시 돌아설 것 같고 그게 상당히 희망적일 것 같다. 중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서비스 위주로 회복했으나 제조품으로도 번져나갈 것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에 수출을 상당히 많이 한다. 자동차, 가전 등 수출이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회복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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