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9조 발행에 돈 쏠려… A등급 회사채 미매각률 한달새 4.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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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전력발(發) 금융위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폭증한 한전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지며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탓에 일반 회사채는 외면받는 구축(驅逐) 효과가 나타났었는데 올해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당정이 원가를 반영한 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 대신 한전의 회사채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려주는 '우회로'를 택한 탓에 한전채 발행 가능 규모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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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GS엔텍 등 자금조달 잇단 실패
전력발 금융위기 현실화 우려
당정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전력발(發) 금융위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폭증한 한전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지며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탓에 일반 회사채는 외면받는 구축(驅逐) 효과가 나타났었는데 올해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하반기부터 주택저당채권(MBS)이나 은행채 같은 최상위 AAA급 초우량물 발행이 예고돼 있어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심화할 전망이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9일까지 한전채 발행 물량은 9조3500억 원에 이른다. 2020년 3조4200억 원, 2021년 10조3200억 원이던 한전채 발행 물량은 지난해 31조8000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정부는 “올해 한전채를 전년의 3분의 1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미 전날 기준으로 지난해의 30%까지 물량이 꽉 찼다.
한전이 대규모 회사채를 계속 찍어내는 것은 전력 구매가가 판매가보다 높은 역마진 상황 때문이다. 요금 인상이 보류되며 사실상 빚인 회사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당정이 원가를 반영한 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 대신 한전의 회사채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려주는 ‘우회로’를 택한 탓에 한전채 발행 가능 규모는 더 커졌다.
이미 시장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A등급 회사채 미(未) 매각률은 2월 4.4%에서 3월 26.7%로 뛰었다. 4월 들어 GS엔텍·쌍용C&E 등이 계획된 규모의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전은 4월 들어서만 3번의 채권 발행을 통해 1조 원을 웃도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분기 전기요금이 적정 수준액만큼 인상되지 않을 경우, 한전의 회사채 의존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지난해 같은 한전채의 자금 시장 교란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또 다른 초우량 채권인 MBS나 은행채 발행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채권시장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연못에 고래 한 마리가 들어 앉은 것과 같은 상황으로 회사채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이 충분히 인상되지 못하면 한전채가 다시 한 번 크게 증가하며 수급 불안과 시장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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