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고급인력 키울 民官學 협력 높일 때다
청년 노동력 수급 불균형 심각
기술변화 빨라질수록 커질 것
대학이 고급 직업훈련 나서야
빅데이터·핀테크 분야 더 절실
서울대·고용부 6년 운영 모델
확대 시행과 업그레이드 필요
기술 변화로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청년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낸다. 젊은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 하고, 기업은 쓸 만한 젊은이가 없다고 한다. 기존 교육을 받고 졸업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은 당혹스럽다. 그동안 배운 것과 앞으로 배울 게 많이 다르다. 물론 대학이 청년의 취업을 준비시키는 직업훈련소는 아니다. 대학에는 진리 추구라는 고유한 사명이 있다. 그런데도 교육의 공급자인 대학이 그 수요자인 학생의 어려움을 모른 채로 일관해선 안 된다. 대학이 변해야 한다.
빅데이터(Big Data)와 핀테크(Fin Tech)는 최근의 기술 혁신을 말해주는 주요 키워드다. 적지 않은 분야에서 큰 데이터는 큰 모델과 결합해서 큰일을 내고 있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챗(Chat)GPT는 이렇게 벌어진 큰일들의 사례다. 남는 자금과 모자라는 자금을 이어주는 금융 역시 기술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른바 핀테크란, 금융에 도입되는 각종 기술 변화를 통칭하는 용어가 됐다. 기술 변화로 새로운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그것에 맞게 직업훈련도 바뀌어야 한다. 고급 직업훈련에는 대학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대는 고용노동부 지원 아래 ‘빅데이터·핀테크 과정’이라는 직업훈련을 6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매년 30∼40명의 훈련생을 선발해 빅데이터와 핀테크 분야의 최고급 기술을 가르친다. 주요 과목은 다양한 전공의 서울대 교수진이 직접 맡는다. 훈련생의 관점에서 보면 학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 6개월에 걸친 850여 시간의 고강도 교육을 이수한 이후 직업훈련 수료증을 받을 뿐이다. 첫 4개월 동안 훈련생은 컴퓨터 코딩(Coding), 데이터 사이언스, 빅데이터, 머신러닝과 딥러닝, 앱 디자인, 암호와 블록체인, 핀테크, 창업 관련 이론 및 법체계 등을 배운다. 마지막 두 달간은 기업과 함께 데이터를 가지고 실제 문제를 풀어 본다.
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거나 개선이 필요한 문제를 낸다. 기업은 출제에 그치지 않고 과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및 작업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서울대는 문제 풀이를 위한 사전 지식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수·조교진이 팀별로 풀이 과정의 자문에 응한다. 이렇게 풀어내더라도 대부분은 정답이 아니다. 사실상 정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하지만 유용한 답을 찾아낼 뿐이다.
그동안 훈련생과 기업이 함께 풀어 본 문제로는 △사고(事故) 동영상 자료로부터 사고 차량의 주행 속도 산출 △중고 휴대전화 이미지로부터 액정의 흠결 여부 및 흠결 위치 측정 △경제 뉴스의 자동 요약 △고객별 맞춤형 도서 추천 △산소·혈압·맥박 자료로부터 환자 위급 상황 조기 경보 △금융 거래 자료로부터 의심 거래 여부 분류 및 분류 이유 텍스트 생성 등이 있다. 특허 출원으로 이어진 풀이도 있다.
서울대의 빅데이터·핀테크 과정은 대학이 민간기업 및 정부와 함께 하는 대표적인 민·관·학 협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아쉽게도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 터 잡은 빅데이터 핀테크 과정은 규모가 작다. 배출되는 훈련생은 고급 인력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지방서도 서울대 모형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지방의 많은 인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으니 지방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일자리 부족과 인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이참에 고급 직업훈련 과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이는 지방 살리기 및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급 직업훈련의 규모 확대를 위해 훈련 과정을 이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방법은 대규모의 온라인 교육과 소규모의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필수 교과과정은 온라인 수업을 활용해 대규모로 키우자. 대규모 온라인 교육과 달리, 기업 참여형 실전 문제 풀이는 소규모로 오프라인에서 진행하자. 이때 지역별로 중소기업, 청년 인재, 대학과 연구소의 고급 인력이 서로 만나 함께 문제를 풀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그간 서울대가 개발한 고급 직업훈련 모형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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