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부산까지 번진 전세사기...전국 곳곳이 시한폭탄

2023. 4.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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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오피스텔 253채 소유 부부 파산
삼성 등 20~30대 직장인 피해 속출
부산선 실소유주 바뀌어 20명 피해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서울 강서구 일대 수천채 빌라를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인천, 동탄 신도시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유사 사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광풍 시기 급증한 ‘갭투자’가 시한폭탄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 일대 오피스텔을 다수 소유한 A씨 부부에 대한 세입자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경찰에 접수된 신고만 50여건 이상이다. A씨 부부는 각자 명의로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들은 A씨측으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세입자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일부 세입자는 전세 만료 후 몇 달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 부부는 2020년부터 동탄 일대 오피스텔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역전세 현상을 이용해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만으로 부동산 투자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와 이들의 물건을 중개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공격적인 무자본 갭투자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미 악명이 높았다.

오피스텔 43채를 보유한 B씨에 대한 신고도 화성동탄경찰서에 접수됐다. B씨는 지난 2월 수원회생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화성시, 특히 동탄 신도시 일대는 오피스텔 역전세가 뚜렷했던데다 사회 초년생이 많아 추가 피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씨 부부가 활동한 동탄 1동 지역은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과 가까워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전세 거래가 활발한 지역이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세입자 20명은 18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임대인 D씨와 공인중개사 등 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D씨는 지난 2020년 7월 중순 해당 건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E씨에게 이전했다. 하지만 D씨 일당은 건물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세입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세입자들은 오피스텔이 E씨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의 경매에 넘어간 후에야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E씨는 부산 진구의 다른 오피스텔 보증금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씨는 해당 오피스텔 건축에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 ‘건축왕’과 유사한 방식이다. 해당 오피스텔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할 보증금만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최근 부산진구·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세입자 100여 명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일도 있었다. C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로 소유한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의 세입자들에게 80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D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른바 건축왕의 무대였던 인천 미추홀구는 피해가 더 심각하다. 남모(61)씨 일당은 금융권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으로 2700여채를 짓고 소유 중이다. 남씨 일당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이 임의경매에 나서자 주거 불안을 우려한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남씨는 공인중개사들과 짜고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빌라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와 피해액만 800여명, 500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전국 단위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책 촉구에 나선 상태다. 지난 18일 출범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전세 사기 구제 특별법 제정 ▷전세 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임차보증금 및 주택 공공매입 ▷전세 피해 전국 실태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박지영·김영철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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