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벤처투자에 정책자금 10.5조 추가지원…복수의결권 도입 추진
작년 하반기부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벤처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기업의 성장 단계별 정책수요에 맞춰 10조5000억원을 추가지원하고, 은행권 및 벤처 캐피탈 관련 규제를 풀어 민간 투자 활성화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벤처기업의 인재유치 및 경영안정 지원을 위한 스톡옵션 제도 개선과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등도 추진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과 펀드 결성액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60.3%, 78.6% 줄어드는 등 벤처투자 위축 상황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투자 침체에 따라 창업 초기기업은 금리부담에 따른 성장자금 조달, 중기 성장기업은 후속 투자유치, 후기 성장기업은 상장과 인수합병(M&A) 추진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기부와 금융위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벤처·스타트업이 당면한 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한 성장단계별 지원강화로 정책금융 2조2000억원, 정책펀드 3조6000억원, 연구개발(R&D) 4조7000억원 등 총 10조5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벤처 기업에 29조7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초기 성장단계 기업에는 융자 1조2000억원, 펀드 2000억원, R&D 4조7000억원 등 총 6조1000억원이 추가 지원된다. 성장자금 조달이 곤란한 초기 성장기업에는 기술보증기금(55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6000억원)이 보증을 추가 공급하고, 민간 투자시장에서 소외된 엔젤투자 및 지방기업을 위해 보증연계투자 규모를 600억원 확대한다.
또한 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네트워킹 등 보육지원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도 지원한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관련 R&D에는 올해 4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생산설비가 없는 스타트업을 위해 기보가 생산자금 보증도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 성장단계 기업을 위해서는 융자 9000억원, 펀드 1조원 등 총 1조9000원을 지원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위해 총 3500억원을 확대 공급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세컨더리 펀드의 조성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3배 늘린다. 세컨더리 펀드는 신규 벤처·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기존 만기도래 펀드의 회수를 돕는 수단이다.
또한 기보와 신보가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과 매출채권보험을 5700억원 추가 공급해 기업의 매출채권 안전망을 강화한다.
후기 성장단계 기업에 대해서는 펀드 3000억원, 융자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을 지원하고 M&A 촉진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펀드를 신규로 조성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한다. 기업은행은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만든다. 기보는 M&A 온라인 종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의 벤처투자 촉진에도 나선다. 기업은행은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목적 펀드에 3년간 2조원 이상 출자해 투자 마중물을 공급하고, 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은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코넥스 상장 기업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과감한 규제개선으로 은행권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투자 활성화도 지원한다. 특히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확대해 금융권의 벤처투자를 촉진하고,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자자인 법인의 출자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또한 CVC가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지분 50% 이상) 대상 투자를 국내기업과 동일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M&A 및 세컨더리 벤처펀드에 대한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M&A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규제도 완화한다.
벤처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먼저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도입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벤처기업이 다양한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기존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넓힌다. 이밖에도 벤처기업법의 2027년 일몰을 폐지해 상시법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 지원,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스마트 제조 혁신 고도화 추진,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등 추가적인 지원대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며 "벤처기업은 우리경제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인 만큼 앞으로도 자주 업계와 소통해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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