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배너, 2023년의 팀 11시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4.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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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배너 인스타그램

2019년 2월 13일 서울 동대문 인근에서 한 보이그룹의 데뷔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데뷔한 그룹은 이례적으로 정규 앨범으로 데뷔했다. 싱글 혹은 미니 앨범으로 데뷔한 뒤 실력을 쌓아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흐름과는 반대됐다. 미디어 쇼케이스는 여느 신인 그룹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앨범과 타이틀 곡에 대한 설명, 타이틀곡과 수록곡 무대를 공개하고 멤버들의 당찬 각오로 마무리됐다.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22살에 군 복무를 마쳤다"고 답한 한 멤버의 답변 정도가 기억에 남았다. 다만, 그 기억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해에만 30팀에 가까운 신인 보이그룹이 데뷔했기 때문이다. 이날 데뷔했던 그룹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려나며 점점 기억 속에서 멀어져갔다.

이들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은 4년 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다. 다섯 명의 멤버들은 2019년 데뷔했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회사에 다른 직원이 없어 리더가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하고 팀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던 사실도 알게 됐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첫 무대부터 강렬한 모습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여기에 그들의 서사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힘든 시기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다섯 명의 멤버들은 마침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우승하며 한을 풀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피크타임'의 우승자 팀 11시, 배너와 관련된 기억들이다. 

/사진=JTBC 방송화면

라이언전의 '프라임 타임' 무대를 선보인 배너는 사전 글로벌 투표, 실시간 글로벌 투표, 실시간 문자 투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배너는 이번 우승을 통해 3억원의 상금과 글로벌 쇼케이스의 기회를 얻게 됐다. 팀 11시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배너는 서바이벌 라운드를 시작으로 라이벌 매치, 연합 매치, 신곡 매치, 파이널 라운드까지 매 무대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았다. 모든 무대에서 'ALL PICK'을 받았던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배너가 '피크타임'에서 이토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실력적인 부분이 기본에 깔려있다. 배너 멤버 다섯 명 중 네 명은 댄스(혜성, 아시안, 곤)·보컬(태환) 트레이너를 했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곤은 다른 배너 멤버들을 가르쳤던 선생님이었는데 소속사 대표의 권유로 함께 데뷔한 케이스다. 

배너의 우승에 실력이라는 밑바탕이 있었다면 기폭제가 된 것은 그들을 둘러싼 서사다. 중소 기획사 출신의 배너는 소속사에 대표와 멤버를 제외한 다른 직원이 없다. 팬매니저 업무, 서류 행정 업무는 태환의 몫이다. 작사, 작곡 등 음악과 관련된 업무는 곤과 곤의 인맥을 활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피크타임'에 출연하며 어려운 소속사 형편에 멤버들과 심지어 대표까지 투잡을 병행하며 팀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멤버들은 "대한민국 커피의 자존심에서 일하고 있다" "오시면 팝콘 맛있게 튀겨 드리겠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보통의 매니지먼트와는 동떨어진 환경에도 꿈을 잃지 않은 멤버들의 모습은 탄탄한 실력과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

/사진=JTBC 방송화면 

물론, '피크타임' 우승이 앞으로의 꽃길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착한 오디션으로 주목 받은 '피크타임'은 1.2%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0%의 시청률로 마감됐다. 어린 시청자가 많은 아이돌 서바이벌의 특성상 시청률이라는 지표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절대적으로 낮은 지표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또한 한정된 팀끼리 경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이제는 굳건한 선배  그룹, 치고올라오는 후배 그룹 사이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프로그램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한 순간이라도 뒤처진다면 '피크타임' 우승은 한때의 영광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너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2019년 쇼케이스장에서 마주했던 배너와 2023년 방송에서 마주했던 팀 11시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있던 2019년의 배너를 끄집어 올 수 있던 이유도 2023년의 팀 11시의 모습에서 당시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은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기사회생에 성공했던 그룹 뉴이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배너와 뉴이스트의 차이점이라면 멤버 일부가 데뷔조에 선발되며 완전체 활동이 잠시 불가능했던 뉴이스트와 달리 처음부터 그룹으로 참가해 그룹으로 우승한 배너는 완전체 활동을 빠르게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기세를 몰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부분은 매우 큰 이점이다. 또한 글로벌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해외 팬덤까지도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확장도 기대하게 만든다.  '피크타임' 우승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무명 아이돌의 희망으로 떠오른 배너가 다시 써내릴 역사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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