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변호사여! 의뢰인을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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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민사소송법을 강의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다.
의뢰인을 존중하면 변호사는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로 무장한 변호사들의 참여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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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민사소송법을 강의한 적이 있다. 실무상 쌍불취하로 불리는 민사소송법 제268조를 설명할 때면 강의 전후로 항상 강조하던 말이 있다. “쌍불취하는 실제로는 잘 일어나지 않지만 만일 발생하면 최소한 멱살이고 심하면 사망”이었다.
상소 제기기간이나 쌍불취하의 요건인 2회 불출석 후 기일지정신청 같은 것은 일정한 기간을 넘기면 그대로 재판이 끝나게 된다. 아주 특별한 예외사유가 없으면 회복이 안 된다. 따라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법조인이 아니어도 민법, 형법 같은 실체법은 일상생활 속에서 직간접으로 경험한다. 정확하게는 몰라도 어렴풋이 들어본 풍월은 있다. 이에 반해 소송법은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다. 배우고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래서 많은 돈 주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국민을 위해 법으로 변호사에게 성실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같은 변호사로서 최근 논란이 된 권경애 변호사 사건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언론의 화려한 조명에 취했던 것일까.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성실의무는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에서 가장 기본 의무라는 점에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쉽게 해명되지 않을 것 같다. 상대하기 어려운 의뢰인이었다면 기일을 세 번이나 결석하고, 판결 결과를 몇 달 동안이나 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다. 의뢰인을 존중하면 변호사는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는 변호사법 제1조와 변호사윤리장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등 곳곳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를 위반하는 경우 당연히 징계 사유가 되고,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믿기지 않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변호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가르침을 배웠다.
첫째, 본업에 충실하라.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정치나 방송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법치주의로 무장한 변호사들의 참여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돈과 권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정치나 방송에 집중하고 싶다면 변호사 업무를 그 비율만큼 줄이는 것이 본인과 의뢰인 모두가 사는 길이다.
둘째, 잘못을 빨리 인정하라. 살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번 권 변호사 사건을 보면서 기일에 불출석하는 불성실만큼 안타까웠던 것은 사후처리였다. 패소 판결 이후 즉시 의뢰인에게 정확한 경과를 설명하고 피해 회복방안을 논의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의뢰인이 느끼는 실망과 배신감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타인을 비난할 때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신중하라. 이번 사건을 정치적 진영 논리에 꿰맞춰 해석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다만, 이번 사건은 말이든, 글이든 자극적으로 공격해야 튈 수 있고, 튀어야 뜬다는 요즘 세태의 말로가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극소수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끔한 변호사가 있을 것이다. 타고 난 좋은 머리에 열심히 노력해 이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히 대접받아야겠다면 먼저 의뢰인을 존중하기 바란다. 잘못하면 누구처럼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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