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장애인 채용 앞장…10년째 고용 의무 불이행인 곳은?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유통업계가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며 더불어 사는 사회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채용을 넘어서 정규직 전환 등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3~10년째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아 고용 의무를 위반하는 기업들도 있어 이와 대조를 이룬다.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인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해 12월 시각장애인 합창단인 '물빛소리'를 창단했다. 이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진행한 장애인 고용증진 협약의 일환으로, 문화 예술을 통한 장애인 직업 재활과 시각장애 예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됐다.

물빛소리 합창단은 음악 전공자, 뮤지컬 배우 등 모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 예술인 10명으로 구성됐다. 코웨이는 합창단원 전원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안정적인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물빛소리 합창단은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G타워에 위치한 코웨이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런치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서장원 대표이사를 비롯해 100여명의 임직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넬라 판타지아', '벚꽃엔딩' 등을 부르며 무대를 장식했다.

코웨이는 장애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 가치 확산을 위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양한 소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합창단 외에도 휠체어농구단을 창단, 이 역시 단원 전원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대학교 및 유소년농구단과 교류해 휠체어농구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통해 긍정의 힘을 전하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모두가 하나 돼 유대감을 나누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물빛소리 합창단의 음악적 성장을 돕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뚜기프렌즈 직원이 임직원들의 점자 명함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2021년 11월 장애인의 일할 권리 보장 및 고용 확대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맺고 '오뚜기프렌즈'를 설립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을 하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근 이들 2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했다. 개소 당시 채용한 16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들도 현재 모두 근속하고 있다.

오뚜기프렌즈는 지난해 11월부터 임직원들의 명함 제작에 착수했다. 일반 명함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명함까지 제작하는 작업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282건의 점자 명함을 제작해 오뚜기에 납품했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성 증진을 위한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오뚜기는 또 지난 18일 안양시 평촌동에 소재한 오뚜기 안양공장 대강당에서 '제9회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는 15인의 시각장애 음악인으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실내 관현악단이다. 오뚜기 프렌즈 임직원 및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날은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공연을 진행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 확대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 실천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7월 서울 중량구 중랑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일부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에 손을 놓고 있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에 고용부담금을 내야 하는데,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고용부담금을 낸 회사들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20일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관 및 기업의 명단을 공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 1.55% 미만이면서 고용노력이 없는 유통 기업은 동원홈푸드, 락앤락, 스와로브스키, 시슬리코리아 등 419곳이다. 3년 이상 명단 공표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하림의 ㈜선진, 코오롱의 코오롱제약 등 8개소다.

3년 연속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으로는 페레가모코리아 등이 있다. 이를 10년 넘게 지속한 기업은 프라다코리아, 엘코잉크한국지점 등 3개소다. 엘코잉크는 글로벌 뷰티브랜드의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명단 공표는 장애인 고용률이 저조해 사전 예고 됐더라도, 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공표 대상에서 제외한다. 즉, 프라다코리아와 엘코잉크한국지점 등은 10년간 채용은 물론 고용 노력 자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형소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명단공표는 단지 의무고용을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 대상이 된다"며 "내년부터 고용이 저조한 대기업에 대해 고용컨설팅을 집중하는 등 이행지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