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인가 아닌가" 뜨거운 에코프로 불타는 주가 논쟁
‘2차전지株 핵’ 에코프로 분석
주가 연초 대비 599% 상승
수직계열화·기술력·노하우 강점
펄펄 끓는 주가에 우려 목소리도
반대로 성장성 크다는 전망 있어
4월 국내 증시의 핵심엔 2차전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2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에코프로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연초 대비 600%에 육박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 회사를 둘러싼 논쟁에 더스쿠프가 펜을 집어넣었다.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자리엔 여전히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얘기다. 올 1월 2일 코스닥 지수는 671.5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3일(651.59)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그런데 1거래일 후인 1월 3일부터 코스닥 지수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탄 결과, 4월 17일 코스닥 지수는 올해 처음으로 900선을 돌파했다. 3개월 만에 34.1% 급등한(671.51 →900.75) 셈이다.
반전의 중심엔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가 있다. 그중에서도 소재주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사례를 나열해보자.
2차전지 전해액을 만드는 엔켐의 주가는 1월 2일 5만4200원에서 4월 한때 8만4800원까지 치솟으며 3개월 새 56.4% 상승했다. 2차전지 양극활물질을 제조하는 엘앤에프의 주가는 4월 들어 고점을 찍으며 1월 대비 77.7%(1월 2일 18만5400원→4월 5일 32만9500원) 올랐다.
[※참고: 전해액은 배터리 속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양극활물질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2차전지 소재주가 '폭풍의 눈'으로 떠오른 배경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ㆍInflation Reduction Act)이 있다. IRA 규정 중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은 중국산 원재료와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거다.
이는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원재료의 경우 당장 '탈脫중국화'를 이루긴 어렵지만, 중국의 소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문이 좁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업체 간 계약이 늘어나면 그만큼 배터리 소재 공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 성장을 향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을 것이다."
■ 왜 에코프로인가 = 흥미로운 건 소재 업체 중에서도 유독 '튀는' 회사가 있다는 점이다. 양극재 제조회사인 에코프로그룹이다. 1월 초 11만원에 불과했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4월 11일 76만9000원까지 오르며 무려 599%의 상승률을 보였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유난히 폭등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에코프로는 계열사를 통해 배터리 양극재를 제조하는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원료 생산 및 제련(에코프로이노베이션ㆍ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양산(에코프로머티리얼즈)→양극활물질 제조ㆍ양극재 생산(에코프로이노베이션ㆍ에코프로비엠)→폐배터리 금속 추출(에코프로CNG)까지다.[※참고: 전구체는 양극재가 되기 이전 상태의 물질이다.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섞어 불에 구우면 양극재가 된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다.]
덕분에 에코프로는 원재료 발굴부터 최종재 완성까지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계열사 중 2개사(에코프로비엠ㆍ에코프로에이치엔)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상장사란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의 호실적은 지주사이자 상장사인 에코프로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경쟁환경 녹록지 않지만…
물론 수직계열화를 이룬 국내 소재 기업이 에코프로뿐인 건 아니다. 양극재ㆍ음극재 제조업체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원료 발굴부터 최종재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앞서 언급한 엘앤에프 역시 지난 3월 리튬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수직계열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에코프로만의 차별점은 분명하다. 윤성훈 중앙대(융합공학) 교수는 "에코ㆍ로는 니켈ㆍ코발트ㆍ알루미늄(NCA)을 활용한 하이니켈 양극재 사업을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라면서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을 오랫동안 선점해왔기 때문에 기술력ㆍ생산력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니켈은 국내 3대 배터리 제조사 중 하나인 삼성SDI가 집중하고 있는 소재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용량도 커진다. 배터리 용량이 크면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삼성SDI에 하이니켈 양극재는 필수다.
2020년 삼성SDI가 에코프로의 양극재 생산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과 합작법인(에코프로이엠)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에코프로 입장에선 자신들의 계열사에 삼성SDI란 안정적인 수익처가 있다는 점이 또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 에코프로 주가 비관론 = 그럼에도 3개월 동안 600%에 육박한 주가 상승률은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증권가에선 주식 매도ㆍ보류 리포트를 내면서 에코프로의 주식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매도 의견을 제시했던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의도적으로 매도 의견을 낸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원재료, 환율, 마진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무리한 가정을 해야만 '매수'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가령, 지난해 에코프로 계열사 중 하나인 리튬 공급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률이 치솟았던 건 단기간에 급등한 리튬 가격으로 판매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같은 고마진을 유지하려면 탄산리튬, 수산화리튬과 같은 메탈 가격이 매년 10배씩 상승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메탈 가격은 이미 고점 대비 70%가량 빠졌다(2022년 11월 14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 ㎏당 84.57달러(581.5위안)→2023년 4월 17일 24.65달러(169.5위안)). 탄산리튬 가격은 이미 27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탄산리튬의 가격 변동과 높은 상관성을 가지는 수산화리튬 가격이 30달러 선까지 떨어지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탄산리튬, 수산화리튬의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발발 이전인 2020년 수준(각각 7달러ㆍ8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리튬이란 원재료를 판매하는 회사인데,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니 판가도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에코프로 내부에서도 폭등한 주가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하이니켈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가졌고, 포항에 배터리 캠퍼스를 만들어 소재 생산을 위한 완전한 생태계를 갖춰놓은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면서도 "조 단위의 공급 계약을 맺어도 주가에 영향을 미쳐봐야 5% 안팎인데, 지금은 가격이 너무 올라 내부적으로도 상승 요인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에코프로와 변수들 = 4월 12일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는 64만원을 기록하며 고점(76만9000원)을 찍은 지 하루 만에 20.1% 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4거래일째 60만~61만원선을 오가다가, 5거래일째인 4월 18일 다시 65만원선까지 상승했다. 며칠 만에 주가가 오락가락했다곤 하지만, 현재 주가도 연초에 비해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관건은 상향된 주가 그래프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냐는 거다. 2차전지 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적지 않다. 언급했듯 배터리 소재 업체는 미국의 IRA 발효로 중국산 광물 비중을 낮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를 단기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다. 윤성훈 교수는 "광산 개발부터 가격 안정화, 유통시스템 구축까지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최소 몇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수요가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 LFP(리튬ㆍ인산ㆍ철) 양극재도 에코프로의 고민거리다. 에코프로가 아직 생산하지 않는 LFP 양극재는 에코프로의 주요 상품인 하이니켈 양극재에 비해 용량이 적고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테슬라ㆍ포드ㆍ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중저가 차량 탑재용으로 LFP 소재 배터리를 대량 채택하는 추세다.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를 '안 만들려야 안 만들 수 없는' 상태에서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도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지난해 LFP 양극재의 양산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참고: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양제헌 이사는 4월 13일 열린 배터리 세미나에서 올해 연말에 LFP 양극재 시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에코프로 주가 낙관론 = 종합하면 배터리 소재 시장엔 외생 변수가 존재하는 건데, 에코프로가 이를 뛰어넘는 성장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2차전지ㆍ수소 사업을 전개하는 금양의 박순혁 이사는 "에코프로는 지난해 포항캠퍼스를 완공하면서 영업이익만 6배 이상 늘었다"면서 "지금의 주가엔 이런 실적이 반영된 셈"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릴 만큼 배터리주에 능통한 박 이사의 분석을 들어보자.
"주가 상승폭은 기업이익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좌우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에코프로의 주가도 연초 대비 6배 상승하지 않았나. 올해 추가로 발생할 수익을 고려하면 에코프로의 이익은 기존의 11배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감안하면 에코프로의 주가도 지금보다 2배는 더 올라야 '정상 가격'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그는 대외 변수에 관해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를 채택한다고 해도 미국의 IRA 때문에 소재는 (중국산이 아닌) 국산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에코프로가 LFP 광물을 잘 확보하기만 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대인 소장 역시 "경기침체로 조선ㆍ기계ㆍ철강ㆍ화학 등 경기순환주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엄청난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그동안 주가가 충분히 올랐어야 하는데 공매도 등으로 억눌려 있던 가격이 이번에 한꺼번에 오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이어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고, 향후 '소재 쇼티지(부족)'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소재 업체들의 2~3년치 수주 계약과 여기에 따른 실적 성장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급등과 급락을 오간 주가,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미국발 배터리 산업 규제에 따른 시장환경의 변화…. 지난 4개월간 에코프로는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가도, 시장환경도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에코프로가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 수많은 투자자의 눈이 이들의 발끝을 쫓고 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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