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역대급 경제사절단...“한미 첨단산업 협력 방점”
반도체·IRA 해법 찾을지 주목
美정부와 기업인 네트워크 구축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재계 주요인사들이 총출동한다. 5대 그룹 총수와 6개 경제단체장이 모두 동행하는 것으로, 지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다.
미국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전날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참가기업 122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미국 경제사절단은 전경련의 모집공고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주요 경제단체 대표, 관련 공공기관, 전문가 등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차례 심의를 거쳤다. 신청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대성과, 대미 교역 및 투자 실적, 주요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했다.
이번 사절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의 경제사절단으로, 대기업 19곳, 중소·중견기업 85곳, 경제단체 및 협단체 14곳, 공기업 4곳 등이 포함됐다. 12년 만의 국빈방문을 전격 지원하기 위해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모두 참여한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미국 시장진출과 혁신스타트업의 성장 지원을 위해 전체 사절단 중 약 70%에 해당하는 중견·중소기업 85곳을 선정했다.
대기업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그룹 총수가 모두 나선다.
또한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도 동행한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도 참여한다.
이번 사절단의 주요 테마는 첨단산업이다. 반도체·항공우주·방위산업·에너지·바이오·모빌리티 분야의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향후 방미 기간 동안 양국의 첨단산업 협력 고도화를 위해 힘쓸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첨단 산업 협력에 속도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 간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경제·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10가지 산업 분야에 대한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계 요구 역시 전방위적이라는 설명이다.
한경연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미국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며 “미국이 제시한 보조금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양국의 상호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기차 보조금 요건으로 최종 조립 조건, 배터리 핵심광물 조건, 배터리 부품 조건 등 동맹국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업계를 중심으로 한미 기업 간 공급계약 확대·기술 개발 협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연구개발·제조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소 에너지업계에선 한미 양국 정부가 청정수소인증과 기술기준, 표준 등 관련 제도의 정비와 함께 미래 국제수소 거래 활성화 방안 주도하고, 민간 분야에서 기술과 투자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이 될 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한미 기업 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술협력 등을 통한 기술 개발 선도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반도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냐는 것이 이번 국빈 방문에서의 경제 성과로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최근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이 생겼는데, 이 문제를 다른 국내 기업들의 미국 정부·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IRA 등을 통해 까다로운 조건을 지속적으로 한국에 제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유예기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경제적 문제를 부드럽게 해소할만한 논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사절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다. 양국 경제와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미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이 네트워크 구축과 비즈니스 확대의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다. 김지헌·김민지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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