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약범죄 퇴치’ 올인에···부산 경찰의 ‘실적 부풀리기’
정부가 마약범죄 퇴치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한다고 천명하자 경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1~2년 전 검거한 마약사범을 최근 실적인 양 발표했다.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20일 필로폰을 제조·판매·유통한 혐의로 61명을 검거해 17명을 구속하고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구속된 A씨와 B씨는 2021년 2월 주택가 원룸에서 필로폰 150g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같은 해 8월 충북 보은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제조하고 자신이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나머지 59명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호텔이나 클럽, 전용수면실에서 필로폰을 거래하고 투약한 혐의다.
경찰은 2021년 7월 B씨를 검거했으며, B씨로부터 “A씨에게서 필로폰 제조기술을 배웠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A씨를 추적해 지난해 5월 충북 보은에서 검거했다. 이후 투약자의 동선을 추적해 59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현재 이번 사건의 마약 공급책과 판매책을 추적 중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올해 검거한 인원은 22명으로 대부분 단순 투약자였다.
경찰은 마약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이른바 ‘몸통’으로 불리는 제조책과 판매책 검거하면 언론에 사건을 공개해 왔다. 이번 사건은 수사에 착수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공급·판매책을 찾지 못한 상태로, 국내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사건이라는 점과 많은 수의 투약자를 검거한 점을 내세워 비중이 큰 사건으로 부풀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경찰은 “마약사건은 제조, 유통, 투약 등 상하선 수사로 이어져 1년 이상 소요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건도 제조, 유통, 투약사범 검거로 이어져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8일 ‘마약류 관리 종합 대책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처별로 마약류 대처방안을 쏟아낸 것도 경찰의 ‘실적 부풀리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마약류의 유입 감시, 유통 단속, 사법 처리, 치료와 재활, 교육과 홍보 등 단계별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840명으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마약류 퇴치에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내 마약·조직범죄부(가칭)를 설치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을 복원한다. 마약류 범죄 양형기준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중독재활센터 확대, 민간중독재활시설 지원, 맞춤형 재활프로그램 개발에 나선다. 교육부는 초·중·고 및 특수학교의 마약 등 약물예방 교육을 연 10시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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