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알못’ 사장님이 장애인 대표팀 단장이 되고팠던 이유[강동웅의 ‘D 인터뷰’]
이천=강동웅 기자 2023. 4. 20. 11:04
“단장님, (노바크) 조코비치보다 잘 치시는데요?”
여자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박주연(43·스포츠토토코리아)이 지난달 23일 오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테니스장에서 농담 섞인 덕담을 꺼냈다. 그러자 코트 반대편에 있던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선수단장(43)이 “깐풍기 때문에 하는 말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이날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이사인 김 단장이 국가대표 선수단 71명에게 깐풍기 같은 특식을 제공하며 선수단과 본격적인 스킨십을 시작한 날이었다.김 단장은 2월 15일 열린 장애인체육회 이사회에서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10월 22~28일) 선수단장에 임명됐다.
이날 오전 이천선수촌 본관에서 ‘D 인터뷰’와 만난 김 단장은 “나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스포츠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분야에서 내 나름대로 극복해 온 역경이 적지 않았다. 각자의 스포츠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여자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박주연(43·스포츠토토코리아)이 지난달 23일 오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테니스장에서 농담 섞인 덕담을 꺼냈다. 그러자 코트 반대편에 있던 김진혁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선수단장(43)이 “깐풍기 때문에 하는 말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이날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이사인 김 단장이 국가대표 선수단 71명에게 깐풍기 같은 특식을 제공하며 선수단과 본격적인 스킨십을 시작한 날이었다.김 단장은 2월 15일 열린 장애인체육회 이사회에서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10월 22~28일) 선수단장에 임명됐다.
이날 오전 이천선수촌 본관에서 ‘D 인터뷰’와 만난 김 단장은 “나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스포츠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한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분야에서 내 나름대로 극복해 온 역경이 적지 않았다. 각자의 스포츠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4급 지체장애인이다. 서른 살이 되던 2009년 12월 야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을 가다가 불법 유턴을 하는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혀 오른쪽 다리 장애가 생겼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사고로 김 단장은 극단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여러 차례 어려움을 딛고 자리를 잡아가던 중 마주한 불운이었다. 김 단장은 태어난 지 1년 만에 자궁암을 앓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다시 3년 후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섯 살부터 어머니의 여동생인 이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부모처럼 따랐던 이모 역시 2000년 간암으로 당시 스물한 살이던 김 단장의 곁을 떠났다.
김 단장이 마음을 다잡은 건 2003년 5월 군 제대 이후였다.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기에 서울 성북구 중식당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했다. 집에 돌아와 오후 11시쯤 잠이 들면 다음 날 오전 3시 한밤중에 일어나야 했다. 중식당 출근 전까지는 새벽에 신문 배달을 했기 때문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김 단장은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배달 일은 사업 분석에 특화된 일이었다. 음식 맛이 좋아도 망하는 식당, 맛은 별로인데 줄 서는 식당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주방장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다. 2007년부터는 주방 보조 일도 병행하며 요리 비결을 쌓았다.
여러 차례 어려움을 딛고 자리를 잡아가던 중 마주한 불운이었다. 김 단장은 태어난 지 1년 만에 자궁암을 앓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다시 3년 후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섯 살부터 어머니의 여동생인 이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부모처럼 따랐던 이모 역시 2000년 간암으로 당시 스물한 살이던 김 단장의 곁을 떠났다.
김 단장이 마음을 다잡은 건 2003년 5월 군 제대 이후였다.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기에 서울 성북구 중식당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했다. 집에 돌아와 오후 11시쯤 잠이 들면 다음 날 오전 3시 한밤중에 일어나야 했다. 중식당 출근 전까지는 새벽에 신문 배달을 했기 때문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김 단장은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배달 일은 사업 분석에 특화된 일이었다. 음식 맛이 좋아도 망하는 식당, 맛은 별로인데 줄 서는 식당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주방장이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볼 수도 있었다. 2007년부터는 주방 보조 일도 병행하며 요리 비결을 쌓았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김 단장은 10개월간의 병원 생활을 마친 2011년 그동안 모아둔 돈의 절반을 털어 서울 중랑구에 있는 25평 식당을 인수했다. 장애에 좌절하는 대신 새 출발을 위한 용기를 낸 것이다. 과거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어둔 메모들에 착안해 사업 규모를 키워갔다. 이후 가맹점이 140개가 넘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됐다.
김 단장은 “사업을 하면서 성공하려면 좋은 교육과 환경 등 주변의 지원이 참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런 지원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경을 이겨내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돕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장애인아시아경기 단장직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더 큰 평수의 집에도 살아보고 더 좋은 차를 타보기도 했다. 처음에 행복하긴 했는데, 돈을 더 벌수록 계속 좋아지진 않았다. 대신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식당 직원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가장 좋았다”며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도우면 나도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사업을 하면서 성공하려면 좋은 교육과 환경 등 주변의 지원이 참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런 지원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경을 이겨내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돕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장애인아시아경기 단장직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더 큰 평수의 집에도 살아보고 더 좋은 차를 타보기도 했다. 처음에 행복하긴 했는데, 돈을 더 벌수록 계속 좋아지진 않았다. 대신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식당 직원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가장 좋았다”며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도우면 나도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스포츠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부모를 여의고 이모 품속에서 살아가던 소년 시절의 김 단장은 늘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김 단장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게 바로 스포츠였다. 농구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보며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고, 농구를 통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라는 점도 김 단장의 차별화된 강점 중 하나다. 음식을 매개로 선수단의 마음속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열리는 휠체어농구 KBS배 어울림픽 대회에서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선수단과 소통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전임 단장 중 훌륭한 분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내가 얼마나 좋은 단장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내 목표는 편한 형이나 오빠, 동생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는 단장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 단장으로서 선수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라는 점도 김 단장의 차별화된 강점 중 하나다. 음식을 매개로 선수단의 마음속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에서 열리는 휠체어농구 KBS배 어울림픽 대회에서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선수단과 소통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전임 단장 중 훌륭한 분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내가 얼마나 좋은 단장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내 목표는 편한 형이나 오빠, 동생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소통하는 단장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 단장으로서 선수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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