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와 클래식의 만남...‘예술의 경계’ 허물다

2023. 4.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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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진상·바이올린 윤소영 연주회
무용수 차진엽·미디어아트 황선정 참여
환상교향곡에 맞춰 어우러지는 춤사위
관객·연주자 새로운 시도 무대 준비중
오는 22일·6월·11월 롯데콘서트홀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돼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연주회를 선보인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경계가 무너졌다.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고, 음악과 무용, 미디어아트의 장르간 장벽도 가뿐히 뛰어 넘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예술의 세계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은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객과 연주자 모두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가 될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롯데콘서트홀의 올해 상주 음악가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 총 세 번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롯데콘서트홀은 2021년부터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갖춘 음악가들의 무대를 만들고 있다.

이진상은 게자 안다 콩쿠르(2009)의 동양인 최초 우승자이며, 윤소영은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력이 있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사람의 무대는 ‘따로, 또 같이’의 정석이다. 하나의 주제로 각자의 색깔이 담긴 연주를 선보이고, 상주 음악가로의 피날레는 한 무대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들의 무대를 관통하는 또 한 축은 무용수 차진엽과 미디어 아티스트 작가 황선정에게서 나온다. 전체 공연의 콘셉트가 ‘미디어아트와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연주자의 각기 다른 해석과 접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차진엽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감독,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폐회식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미디어 효과를 어떻게 더해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공연장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제약사항도 있어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정 작가는 “미디어아트가 시각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음악의 한 부분으로써 심포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공연의 주인공은 이진상이다. 이진상은 오는 2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미디어아트나 현대무용을 함께 결합하려면 극적인 요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베를리오즈를 선택한 이유는 결국은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상의 무대엔 무용수가 등장한다. 차진엽은 “(음악을) 한 여인의 몸짓이나 미디어아트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현실의 모습보다는 아득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타 장르와의 만남도 특별한 경험이다. 이진상은 “리허설을 한 번 해봤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연주자들의 경우 보통 음악의 구조적인 부분을 악기로 표현해내는데, 미디아트는 음악을 듣고 떠오른 감각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해 훨씬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고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진엽은 “사실 곡이 상당히 어려워서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며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해석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자신만의 해석이 이런 식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음표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소영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와 막스 리히터의 ‘재구성된 비발디 사계’를 공연(6월 23일)한다. 그는 “미디어아트와 함께 해본 적은 없어 아직 상상이 안 간다”면서도 “비발디의 사계를 재작곡한 리히터의 사계는 빈 곳이 많아 백지장 같아 미디어 아트와 함께 하면 더욱 잘 어울리고, 관객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의 마지막 무대는 두 사람의 협연(11월 29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프로그램은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차가운 물의 이미지를 가진 이진상과 뜨거운 불의 느낌을 지닌 윤소영은 서로 상반된 매력이 묘하게 절충되고, 두 사람의 예술적 철학이 반영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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