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말라 고사직전"…정부, 벤처업계에 10.5조 수혈한다

강은성 기자 2023. 4.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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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단계별로 저금리 대출 위한 '보증' 늘리고 펀드 자금 지원 확대
얼어붙은 IPO 대신 M&A 활성화…제도개선 추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벤처·스타트업 지원 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2023.4.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금리가 치솟으면서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말라붙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총 10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정책금융 자금 2조2000억원, 정책펀드 3조6000억원, 국가기간기술과 같은 혁신 연구개발(R&D) 분야에 4조7000억원을 각각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29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지만, 최근 벤처업계 상황을 고려해 추가대책을 마련했다"면서 "벤처투자자, 벤처기업의 의견을 고려해 현재 벤처투자의 '데스밸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자금수혈에 나선 이유는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자금 경색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천문학적 유동성이 자금시장에 공급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쏟아지는 투자문의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상장 전부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수준의 벤처기업)은 물론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벤처기업)까지 탄생할 정도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제 기업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가치수준)으로 '고평가' 논란을 낳는 기업도 빠르게 증가했다.

상황은 2022년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반전됐다. 전례없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투자회수 위험성이 큰 벤처업계 자금이 가장 먼저 얼어붙기 시작했다.

조단위 기업공개(IPO)를 자신했던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포기하는 사태도 연이어 발생했다.

당장 회사 수익을 내기 힘든 열악한 재무구조의 벤처기업 특성상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도 어렵고 투자유치도 얼어붙은데다 IPO까지 줄줄이 막히면서 사실상 벤처업계 돈줄이 말라붙어버린 셈이다.

김 장관도 "글로벌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요인 등으로 신규투자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IPO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기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신규투자를 위한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정부는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자금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초기 성장단계(시드~시리즈A 투자유치) 기업에게는 융자 1조2000억원, 펀드 2000억원, R&D 4조7000억원 등 총 6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총 1조2000억원(기보 5500억원, 신보 6000억원)의 보증을 추가 공급하고, 민간 투자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엔젤투자, 지방기업을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연계투자 규모를 600억원(기보 500억원, 신보 1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네트워킹 등 보육지원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도 지원한다.

올해만 4조7000억원, 앞으로 5년간 25조원을 투입하는 R&D 분야는 '12대 국가전략기술' 기업에 집중된다. 핵심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설비가 없는 스타트업을 위해 기술보증기금이 위탁제조 매칭 플랫폼 허브를 구축하고 생산자금 보증도 지원할 계획이다.

두번째로 중기 성장단계(시리즈B~C 투자유치) 기업에게는 융자 9000억원, 펀드 1조원 등 총 1조9000억원을 지원한다.

시리즈B~C 단계의 기업은 인건비나 추가 연구개발 등 기업의 '운전자금'이 절실하기 때문에 '후속 투자유치'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얼어붙은 자금난으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이 심각한 상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이 정책금융 3500억원을 확대 공급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세컨더리 펀드'의 조성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3배를 늘려 만기도래 펀드에 대한 재투자로 후속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세컨더리 펀드란 벤처‧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기존 만기도래 펀드의 회수를 돕는 수단이 된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매출채권을 상환청구권 없이 매입하여 연쇄 부도를 방지하고 조기 현금화를 지원하는 것)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쇄도산 방지하기 위한 매출채권보험 5700억원을 추가 공급해 기업의 매출채권 안전망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IPO를 앞뒀거나 시리즈C 이후 투자유치 단계인 후기 성장 기업에 대해서는 펀드 3000억원, 융자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을 지원하고 인수합병(M&A) 촉진도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이 IPO를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IPO가 실패할 경우 투자회수 리스크도 크게 높아지지만 해외 선진 자본시장의 경우 IPO 전 단계에서 M&A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한 투자회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도 벤처기업의 M&A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위한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신속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이 기술탈취, 비용부담 등 M&A 관련 애로를 최소화하면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 위한 M&A 온라인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수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M&A 및 세컨더리 벤처펀드에 대한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M&A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규제도 없애는 등 규제완화를 저극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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