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타트업 지원 위해 10.5조원 더 쓴다

이효정 2023. 4.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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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2.2조·R&D 4.7조·정책펀드 3.6조·세컨더리 1조
김주현 "업계 상황 고려해 추가 대책 마련"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부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금 마련이 어려운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10조5천억원을 추가로 쏟아붓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정부는 8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창업·벤처기업 육성에 29조7천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전경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세계 각국의 벤처투자가 위축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 1분기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3%나 급감했다. 벤처펀드 결정액도 같은 기간 78.6%나 줄었다.

이에 스타트업들은 후속 투자유치가 힘들어지고, 때에 따라 주식시장 상장과 인수·합병(M&A) 추진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벤처업계 상황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며 "오늘 마련된 방안은 벤처업계의 주요 참여자인 벤처투자자, 벤처기업의 의견을 고려해 현재 벤처투자의 데스밸리를 벗어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금은 초기· 중기·후기와 같이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맞춤 지원된다. 초기 기업은 시드(Seed) 단계부터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말하고, 중기는 시리즈B에서 시리즈, 후기는 시리즈C 투자 유치 기업으로 분류했다. 보통 스타트업 투자는 일반적으로 시드 단계를 거쳐, 투자 회차나 금액에 따라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 순으로 추가 투자가 진행된다.

10조5천억원 중 절반이 넘는 6조1천억원은 사업 초기 기업에 지원한다. 애초 계획보다 보증을 1조2천억원 추가했다. 신용보증기금이 6천억원, 기술보증기금이 5천500억원을 맡는다.

엔젤투자기업과 지방 혁신기업에 대한 보증기관 투자를 1천100억원에서 1천700억원으로 600억원 확대한다. 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네트워킹 등 보육지원과 함께 1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5년간 25조원 지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올해는 4조7천억원을 지원한다. 기보는 핵심 기술만 있고 생산설비가 없는 창업기업의 위탁생산 지원을 위한 위탁-제조 매칭 플랫폼 허브 구축하고 보증도 지원한다.

중기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들을 위해서는 1조9천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이 보증과 대출 등 정책금융으로 종전보다 3천500억원을 늘린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세컨더리 펀드 조성 규모를 기존 5천억원에서 1조 5천억원으로 3배 늘려 만기도래한 펀드의 재투자로 후속 투자를 촉진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신규 벤처‧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기존 만기도래 펀드의 회수를 돕는 수단이 된다.

또한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은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과 매출채권보험을 5천700억원 추가 공급해 기업의 매출채권 안전망을 강화한다. 팩토링은 매출채권을 상환청구권 없이 매입해 연쇄 부도를 방지하고 조기 현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매출채권보험은 매출채권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해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쇄도산을 막는 수단이다.

후기 성장단계 기업들을 위해서는 펀드 3천억원, 융자 1천억원 등 4천억원을 지원하고 M&A 촉진을 유도한다. 산업은행은 3천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펀드를 신규로 조성한다.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투자센터를 미국·아시아에 이어 유럽까지 확대해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기업은행은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천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위한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신속 제공한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 탈취, 비용 부담 등 애로사항을 최소화하면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 위한 M&A 온라인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수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M&A와 세컨더리 벤처펀드에 대한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M&A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규제도 없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매출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다면 운전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현재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운전자금 공급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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