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는 ‘몸을 갈아 넣어’ 3천㎞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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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에서 번식하는 블랙폴 솔새는 해마다 월동지인 남미까지 3000㎞에 이르는 장거리를 오가는 철새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를 보면 남미 콜롬비아에 도착한 블랙폴 솔새 1000마리를 붙잡아 분석해 보니 몸의 지방을 소진한 새는 14∼21%였지만 날개 근육이 격감한 비율은 87%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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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이동 북미 솔새 비행 초기 날개 근육 격감, 도착 후 곧 복원
‘축적 지방 먼저 연소, 근육과 장기 단백질은 마지막 연료’ 통념 깨
풍동 실험 결과…“얼마나 멀리 이동하느냐는 지방 아닌 단백질이 결정”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에서 번식하는 블랙폴 솔새는 해마다 월동지인 남미까지 3000㎞에 이르는 장거리를 오가는 철새이다. 무게 14g인 작은 새지만 여행에 나설 때는 지방을 축적해 체중이 곱절로 늘면서 공처럼 통통하지만 에너지를 소모한 도착지에서는 수척한 꼴로 바뀐다.
그러나 풍동을 이용해 이 솔새를 날리는 실험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몸에 축적한 지방을 먼저 다 태우고 비행 근육과 핵심 장기를 이루는 단백질은 마지막 연료로 간직한다’는 통념이 깨졌다.
코리 엘로웨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박사후연구원은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단백질은 지방을 태우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소량 연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행 초기 놀랍게 많은 단백질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백질은 장거리 이동 새에서 종종 간과된 중요한 연료”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20마리의 블랙폴 솔새와, 비교를 위해 이 새와 유전적으로 가깝지만 단거리 이동하는 노란등솔새 44마리를 풍동에서 날리는 실험을 했다. 연료 사용 방식은 두 종에서 놀랍게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블랙폴 솔새 3마리는 스스로 비행을 포기할 때까지 ‘끝장 비행’을 하도록 했더니 무려 28시간 동안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이 새는 대서양을 건너 월동지로 갈 때 여러 날을 논스톱 비행한다.
체성분을 조사했더니 이 새들의 몸에는 아직 상당량의 지방이 남아있었지만 날개 근육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산더 거슨 이 대학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새들이 단백질도 태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속도로 이렇게 비행 초기에 태우는지는 몰랐다”며 “게다가 이 명금류는 근육의 20%를 태우고 나서 불과 며칠 사이에 원래 대로 복원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새들의 지방과 근육 함량을 측정한 뒤 자연상태의 철새처럼 해가 져 새가 이동을 시작하면 풍동을 작동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실험자는 새가 휴식을 취하려 할 때 풍동을 멈춰야 하므로 잠을 자지 않고 28시간 동안 새의 비행을 지켜봐야 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엘로웨 박사는 “비행을 마친 새의 체성분을 측정했을 때 아직 많은 양의 지방이 남아있고 근육은 여위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결국 새가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를 결정하는 건 지방이 아니라 단백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새들이 지방은 처음부터 꾸준히 일정 비율로 태웠지만 단백질은 초기에 다량 소모한 뒤 급속히 사용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지방은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로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충당했다.
그렇다면 왜 비행과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비행 초기에 소비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왜 그런지는 아직 잘 모른다면서 큰뒷부리도요처럼 비행 초기에 불필요한 소화기관을 분해하는 것이거나 단백질이 지방 대사에 기여할 가능성 등을 논문에서 제시했다(▶생후 5개월 도요새, 비행 ‘세계 신기록’…첫 도전에 1만3560㎞).
실제로 최근 연구를 보면 남미 콜롬비아에 도착한 블랙폴 솔새 1000마리를 붙잡아 분석해 보니 몸의 지방을 소진한 새는 14∼21%였지만 날개 근육이 격감한 비율은 87%에 이르렀다. 거슨 교수는 “근육과 장기를 어떻게 태우고 신속하게 복구하는지 알아내는 건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160161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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