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이단 감독, “일찍 세상 등진 내 친구들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택시회사 이야기를 담은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연출 이단, 장영석/제작 스튜디오S, 그룹에이트)가 지난 15일 시즌3를 암시하며 종영했다. ‘모범택시2’는 마지막회 시청률이 21.0%(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큰 흥행을 거뒀다.이단 감독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모범택시2’가 흥행을 거둔 것에 대한 소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습니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거든요.
-‘모범택시2’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 적중률을 높이는 것. 시즌2에서는 도기(이제훈)의 부캐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는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입니다.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빌런에게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습니다. 촬영하기 협소하고 불편하고 먼 곳이어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흔적이 잘 묻어 있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로케이션까지 찾아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지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 애썼습니다.
반대로 빌런에게는 더 악하고 잔인해 보이는 설정들을 추가했습니다. 빌런의 공간에는 규모감을 추가해, 이놈들이 저지른 악행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강필승 사무실의 계약서와 금붙이들, 아이들이 갇혀 있는 공간의 소변통들, 블랙썬 사무실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랍들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머리핀과 브로치들처럼 빌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을지 암시해주는 소품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를 추가해 빌런의 공간을 꾸몄습니다.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이제훈-김의성-표예진-장혁진-배유람-신재하 등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이제훈 :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제훈 배우는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습니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고,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스탭들 역시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이제훈 배우가 살려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모니터 뒤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너무 멋있어서 다들 숨죽여보다가 오케이 사인에 신음소리가 터진 것이죠. ‘어떻게 이걸 살려요?’라고 물어보면 비밀스러운 미소만 지을 뿐. 액션씬에 대한 열정도 넘쳤습니다. ‘나를 굴려도 좋고 매다 꽂아도 좋다’는 톡을 보내실 정도로. 많은 액션 씬들을 본인이 소화했습니다. 덕분에 김도기 캐릭터가 악인들을 응징하는 장면이 한층 실감나고 멋지게 만들어졌어요.
편집점이 느껴지는 연기, 어디서 끊고 어디서는 컷을 길게 쓰도록 계산하면서 연기하고 계시는 구나, 촬영 때도 느꼈지만 후반작업을 하면서는 더욱 잘 느껴져서,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한 씬 안에서 언제 감정을 가두고 언제 풀어둘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대본 전체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서, 시야가 넓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과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편집으로 붙여보면 그 감정이 다 맞았습니다. 집중력 또한 대단해서 짧은 시간에 필요한 얼굴을 정확하게 가지고 옵니다.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상대배우가 조금 휘청거리더라도 (실제로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괜찮아, 당신이 못해도 이 씬 내가 살려줄 수 있어, 걱정마’라는 자신감이 보이는 배우. 선이 날카롭고 강인한데 반대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사연 많고, 상처받은 눈빛을 하고 있는 배우. 이런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진 배우 이제훈이야말로 김도기 착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요?”라는 물음에 시크하게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답을 하시는 걸 보니, 실제로 밤마다 모범택시를 몰며 복수대행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지. 또, 매사 진지하신 것 같은데 의외의 순간 뻘하게 터지는 애드립을 잘치시는 걸 보면서, 참 유연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도기 기사의 등장분량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휴일 없이 거의 매일 촬영해야했고, 쉬운 씬이 하나 없었기 때문에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는 거 아냐’ 할 정도의 강행군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제 시간에 멋진 연기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제훈 배우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항상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셔서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더욱 이제훈 배우에게 많은 의지를 하며 촬영했습니다. 촬영 후에도 해외를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도 함께 해주실만큼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이제훈 배우는 모범택시 시리즈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사실이 매 순간 느껴졌습니다.
김의성 : 장대표가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김의성 배우 역시 모범택시2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대본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주셨고, 어려움을 만나서 헤매고 있을때,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하시면서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결방법을 제시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장대표님의 부캐도 등장하는데 너무 재미있게 잘 소화해주셔서, 그동안 얼마나 몸이 근질거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2화 후반부에 나오는 장대표님과 고은이 등장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원래 대본에는 장대표님이 없었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처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바라봐주는 모습을 따뜻하게 연기해주셔서 뭉클했습니다.
슈룹 촬영 스케줄까지 소화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텐데도 현장에서 에너지 넘치게 촬영에 임해주셨습니다. 어느 날엔 심하게 감기 몸살에 걸리셔서 체력적으로 힘드셨을텐데도,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랑 호흡하는 씬을 찍으며 오히려 에너지가 올라가시는 걸 보고 역시 배우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유가 넘치면서도 정확합니다. 교구장 앞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워 미친놈아’라고 차분하게 교양 넘치면서도 포스있게 일갈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의성 배우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이 대사 역시 배우의 애드립입니다.
표예진 : 시즌1보다 성숙해진 고은의 모습을 보여준 예진배우. 고은이 해커이고 콜밴 안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혼자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를 해서 답답할 수도 있었을텐데,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씬들을 예진배우가 잘 살려주어서 고마움이 큽니다. 각자 따로 연기했는데도 붙이고 보면 호흡이 착착 맞아서, 고은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호흡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빌런과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고은이의 감정이 시청자들과 같은 박자이므로 고은의 눈빛이, 고은의 숨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진배우가 정말 잘 연기해주었습니다. 예진 배우 연기 덕분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고은이와 같이 화내주고, 눈물 흘려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보면 체구도 작아서 가냘프고, 깍듯이 예의바른데 고은이 연기를 할 때마다 대범해지고, 또 대본에 적힌 지문보다 더 과감하게 연기할 때가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얄미운 연기를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런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부캐연기와 액션까지 너무 잘 해내셔서, 그녀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입니다.
장혁진, 배유람 : 모범택시 시리즈가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톤을 만들어주는 분들은 다름 아닌 최주임, 박주임 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크 히어로의 활약 가운데 쉼표처럼 시청자들이 숨 쉴 틈을 주고, 또 함께 활약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흥겨운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시죠. 어찌 보면 기능적이고 짧은 씬들인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연구해오시고 현장에서 다채롭게 펼쳐주셔서 다들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장이든 어떤 의상이든 찰떡같이 소화해주셔서 너무 즐겁게 고민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대본에 쓰여진 것 이상으로 두분이 현장에서 잘 만들어주신 씬들이 정말 많다. “어떻게 이렇게 잘 살리실 수 있어요”라고 장혁진 배우에게 물었더니, “우린 이거 없으면 안 돼. 진짜 열심히 해야 돼.” 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말씀처럼 진짜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연기할 때는 힘을 너무 주지 않고 편하게 해주셔서, 코믹한 씬들이 더욱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치고 빠질 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재하 : 저와 작가님이 생각한 이미지와 딱 맞아서 첫 만남부터 흥분되었습니다. 외로울 수도 있었는데, 늘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임해주었습니다. 액션 씬 준비를 위해서 일찌감치 현장에 와서 합을 연구하고, 바쁜 스케줄을 쪼개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하고, 결국 액션 씬 촬영하다가 인대가 늘어났는데도 마지막 옥상 씬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해주어 현장 스탭들을 모두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습니다. 스탭들이 신재하 배우를 정말 좋아했어요. 신재하 배우와는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깊이와 내공이 느껴져요. 부드러운 가운데 날카로움을 잘 표현해주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선한 영혼을 가진 배우, 그릇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즌3 제작에 대한 생각은?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과 함께 시청자들이 함께 늙고, 같이 성장하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연 배우들이 꼭 필요하겠지요. 또한 모범택시의 컬러는 작가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작가님도 꼭 같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건 해결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해지면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구조를 고안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처럼 2회씩 에피소드가 바뀌는 구성은 장단이 있었습니다. 속도감있는 전개는 좋지만, 빌런을 소개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고, 또 시원한 복수를 하기에도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개연성을 무시하고 가야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시즌1의 박양진 같은 인상깊은 빌런이 탄생할 수 없었던 시즌2의 구조적 한계이기도 합니다. 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특성 상 액션이 많고, 또 액션이 아니더라도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많고, 에피소드별로 고정장소가 달라지고, 세트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필연적으로 많고, 또 기본 5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비용이 일반적인 장르물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합니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규모있는 프로듀싱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은 충분히 반가운 일입니다. 이번 시즌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작진과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 호흡 맞추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자연히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뭐까지 해야했는지, 또한 촬영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었나요?
▶규모가 큰 액션 장면들의 촬영은 위험하기 때문에 늘 스토리보드 작업을 선행했습니다. 또한 복잡한 씬들은 프리비주얼을 제작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차로 할 수 있는 액션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모범택시도 일반 주행용 택시와 액션용 택시를 따로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차량 액션에 일가견 있는 윤대원 무술감독님 덕분에 무사히, 그리고 멋있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2회의 엔딩 시퀀스였습니다. 원래는 베트남의 운하에서 이뤄지는 보트와 오토바이 추격씬이었고, 프리비주얼까지 만들고 보트, 크레인까지 공수하고,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 코로나 감염으로 철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찍을 수 있게 콘티를 다시 고치고, 장소를 찾느라 많은 스탭들이 고생했습니다.
15회에 도기가 교도소 복도에서 많은 죄수들을 물리치고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때 사이드 바스트 사이즈의 도기의 표정을 보고 경탄했습니다. 이 모든 싸움에서 살아남아서 악인을 향해 걸어가는 도기. 강인하면서도 사실은 그 역시 나약한 인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5회 동안 산전수전 다 겪고도 피해자들의 울음을 등에 업고 걸어갈 수 밖에 없는 도기의 일생이 다 들어가있는 표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훈 선배에게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그런 표정이 나와요?”라고 물었더니,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6회에 납치 당한 아이들이 차 트렁크에서 발견되는 장면을 찍던 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른으로서 정말 찍기 싫었던 장면이었는데, 오히려 어린이 배우들은 재미있는지 자꾸 웃더라고요. 힘든 표정을 지어야하는데 다들 재미있어하고 있어서 찍느라 애 먹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감독님도 촬영하면서 억울한 피해자를 보면서 분노 같은 게 생겼을 것 같다. 무엇을 느꼈나요?
▶저에게는 일찍 세상을 등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내내 그들을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에 참여했습니다. 그들도 모범택시 스티커를 볼 수 있었다면, 김도기 기사가 그들을 구해줄 수 있었다면, 누구라도 그들에게 김도기 기사가 되어주었다면, 그 녀석들은 지금 나와 함께 2023년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멈춰진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빌런들을 보면서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하며 불같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같은 범죄 피해자로서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보면서 ‘인간이 이럴 수도 있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볼 때와 일면식이 없더라도 곤경에 빠진 이에게 선행을 베푸는 보통사람들을 볼 때, 두 가지 상반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똑같은 질문이 떠오르는 게 참 묘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비슷하게 태어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것 일까요? 선택의 순간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힘은 무엇일까요? 빌런들을 보며 분노도 많이 했지만, 이런 질문들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사회적 분노를 동력으로 하는 드라마지만 모범택시가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그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세요?
▶사적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많지만 모범택시 만의 독특한 색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악인들에게 처벌하는 과정의 기상천외함, 그리고 허를 찌르는 복수 방법이 모범택시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이테크와는 정 반대에 있는 레트로한 방법들과 장치들이 이런 톤을 뒷받침 해주고요. 사이비를 사이비로 물리치기, 클럽의 빌런들이 부와 외모지상주의를 기준으로 나눈 계급에 맞서 나이 계급으로 무너뜨리기, 이런 것들은 오상호 작가님의 오리지널리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쓰실 수 있는 분은 오상호 작가님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오상호 작가님의 작품들 자체가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많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시즌2의 메시지가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에 가 닿았기를 바랍니다. 이 기획의도의 진정한 완성은 시청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4월이네요.
wp@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중기, 편안한 차림에 반려견과 행복한 시간…케이티는 어디?
- “손톱 관리 뒤 갑자기 침대서 속옷 벗어”…전직 프로게이머, 네일샵서 알몸 소동
- "도와줘"→"필요없어"→"도와줘"…백종원에 다시 'SOS' 예산시장
- 김다예 “김용호, 박수홍 이용해 3억4200만원 벌어…공범도 고소할 것”
- “이게 한국 거였어?” 안달난 일본인들 엄청나게 돈 썼다
- 5개월 아들 700만원에 팔아 ‘쇼핑 탕진’…‘인면수심’ 中엄마의 최후
- 하하·별, 서로 전 연인 공개 언급…"누구랑 사귀었는지 다 알아"
- ‘이승기 신부’ 이다인 웨딩드레스, 수천만원대 눈길
- “쿠팡 때문에 영화관 망하겠네” 4900원에 2만원짜리 영화 무제한 제공
- 서인영,신혼 생활 자랑…“남편 챙기느라 아침형 인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