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막은 천막 안에 가스통·난로가…'위험천만' 불법 천막 농성

이태성 기자 2023. 4.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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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집회와 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막이 집회·시위 본연의 목적이 아닌 장기 거주, 불법 알박기, 취사, 집회도구 보관 창고 용으로 악용되고 있어 천막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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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 앞 시위 모습. /사진=독자 제공

장기화된 집회와 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천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막이 집회·시위 본연의 목적이 아닌 장기 거주, 불법 알박기, 취사, 집회도구 보관 창고 용으로 악용되고 있어 천막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있어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이 천막 안에서 거주하며 장기·철야 시위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각종 안전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천막이 차로 인근이나 도로 등에 설치돼 있어 시민들의 통행에 장기간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지자체의 강제 철거 등을 막기 위해 시위 참가자들이 열악한 천막 안에서 24시간 노숙하거나 집회 및 시위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장시간 거주하면서 각종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천막 안에는 집회·시위와 상관없는 취사와 난방 도구는 물론 인화물질 같은 위험물질이 반입되는 사례가 많다. 2019년 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강제 철거되기까지 46일 동안 불법 천막을 설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천막에 야외용 발전기, 가스통, 휘발유통 등이 반입됐다. 또한 주간에는 100~200명, 야간에도 40~50명이 상주하면서 천막과 관련한 각종 민원이 205건에 이르렀다.

최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근처에서 천막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앞 보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의 사례도 유사하다. A씨가 설치한 천막 안에는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휴대용 가스버스 등이 놓여있다. 인화물질로 인해 불법 천막은 화재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천막 내에 난로를 피우는 경우가 많아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천막의 소재가 대부분 화재에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소화기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불이 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 C기업 해고노동자들이 서울 덕수궁 앞 대한문 앞에 설치한 농성 천막은 방화로 화재가 나 천막 한 동이 전소되는 것은 물론 덕수궁 담장 서까래까지 그을리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수년동안 시위천막이 설치됐던 국내 대기업 사옥 인근에 거주 중인 김모 씨는 "한겨울 심야에 천막 근처를 지나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볼때마다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최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근처에서 천막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도로나 인도를 막고 설치된 시위 천막은 자유로운 보행을 방해하고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사옥 앞 보도에서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만 시위를 하면서도 불법 천막을 9개월째 철거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인근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시야도 가린다.

대부분의 집회·시위용 천막이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인데다 목적과 다르게 악용되면서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천막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설치를 제한하는 법령은 없는 상태다.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보도나 차도 등에 설치된 불법천막의 경우 도로법에 의해 지자체의 행정 조치 또는 민·형사소송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천막은 현수막이나 확성기와 달리 집회나 시위의 목적과 의도를 표현하는 데 전혀 관련이 없는 시설물인데다, 우리나라 불법 시위의 핵심 시설물이 되어 가고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을 통해 시민들뿐 아니라 시위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천막 설치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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