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만 됐더라면…아쉬움 남는 구급차 '전전' 사망사건

남승렬 기자 2023. 4. 20. 10: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여학생이 구급차를 전전하며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의 상태와 현장정보가 유기적으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보건당국 등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119 구급차 (소방청 제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자료 사진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의 한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여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의 상태와 현장정보가 유기적으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보건당국 등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A양(17)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민의 생사를 결정짓는 긴급한 상황에서 응급환자의 상태와 병상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보건당국과 소방당국, 의료계 등은 A양이 사망에 이르게 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이면에는 또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부족한 부실한 응급체계가 있었다. 결국 A양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병상을 찾지 못한채 159분을 구급차 안에서 허비하다 숨졌다.

20일 대구시, 동아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A양 사건과 관련, 대구시와 합동으로 진행한 현지조사를 이달 초 완료하고, 지난 18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대구시의 합동 현지조사 결과 A양이 숨지기 약 1시간 전 이송된 대구 동구의 한 중소병원 의료진은 119구급대에 '뇌출혈 의심'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의식이 떨어지고 안구 쏠림 증상이 있는 것으로 봐서 뇌출혈이 의심된다"며 "서둘러 대형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보는 대구소방안전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나 다른 병원에 공유되지 않았고, A양은 대형병원이 아닌 달서구의 다른 중소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심정지가 왔다.

앞서 찾은 동구와 중구의 병원 2곳에서도 '병상이 다 찼다'는 이유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뇌출혈 의심' 소견을 받기까지는 84분이나 걸렸다.

전공의 부재와 현장정보 공유에서 난맥상을 보여 사건 당일 A양은 결과적으로 대구 도심 병원 10곳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추락해 발견된 이후 사망 판정을 받기까지 걸린 159분간 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전전하다 숨진 것이다.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후 2시15분쯤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발생했다. A양은 건물 4층에서 떨어져 골목길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에는 발목과 머리에 타박상이 있는 상태였고 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을 태운 구급차는 오후 2시34분쯤 사고 장소와 가장 가까운 동구의 종합병원으로 이동했지만,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입원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급차는 오후 2시51분쯤 중구 경북대병원으로 향했지만 이곳에서도 입원할 수 없었다. 응급실 대기 환자가 너무 많았고, 중증외상센터에서는 병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소방당국은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전화했지만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급대는 오후 3시39분쯤 대학병원 대신 2차 병원인 동구 한 중소병원으로 향했다. 사고 발생 1시간24분이 흐른 뒤였다. 이때 A양은 의식이 떨어지고 안구 쏠림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의료진은 "뇌출혈이 의심된다"며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으니 빨리 대형병원으로 옮기라"고 119구급대에 전했다.

하지만 구급대는 대형병원에 전화를 하면서도 뇌출혈 의견 소견이라는 말은 하지 않은채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뒤통수와 발목이 붓고 타박상을 입었다"는 말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환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병원들은 A양을 받아주지 않았다.

만약 이때 뇌출혈 의심 증상을 보일 정도로 중증환자라는 정보를 119와 병원이 공유했다면 A양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119구급대가 의사가 아닌 만큼 환자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뇌출혈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A양은 대형병원이 아닌 다른 중소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4시27분 달서구의 중소병원에 도착했지만, A양은 3분 만에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남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북구 대현동의 골목길에서 쓰러져 발견된 이후 159분 동안, 5차 이송에 이르는 동안 A양은 한번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대구 의료계 관계자는 "A양 사망 사건의 이면에는 부실한 응급체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의료진을 늘릴 수 있는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보건당국, 소방, 의료계 등이 응급환자의 상태, 응급실,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dnams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